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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속 영우입니다" 또 사생활 아우팅…김봉곤 책 판매중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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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공개로 문제가 돼 판매중단된 김봉곤 작가의 책.

사생활 공개로 문제가 돼 판매중단된 김봉곤 작가의 책.

타인의 사생활 노출로 문제가 됐던 김봉곤 작가의 책이 판매 중지됐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17일 홈페이지에 “더이상의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그리고 추가 조치를 위해 『여름, 스피드』와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판매 중지한다”고 밝혔다. 창비 또한 올 5월 나온 소설집 『시절과 기분』의 판매를 같은 날 중지했다.

이날 트위터에는 “저는 김봉곤 작가의 데뷔 표제작 ‘여름, 스피드’의 영우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는 “저는 실존 인물이고 실명은 영우가 아니지만 대부분의 요소가 소설에 사실로 적시됐다”고 했다. 문학동네에서 2018년 나온 『여름, 스피드』는 김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이다. 트위터 글 작성자는 “내가 작성한 글이 동의 없이 등장하고, 내 신변을 이루고 있는 요소와 사담, 사생활이 작품의 질료로 쓰였다”며 “소설 속 ‘영우’의 모습과 행동을 보고 지인들이 ‘영우’가 나임을 추정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 작가는 2016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품에서부터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1인칭으로 소설을 써왔다. '봉곤'이라는 주인공이 서술하는 작품들에는 자연히 동성애의 파트너들을 비롯한 주변 인물, 그들의 적나라한 대화와 행위가 등장했다. 트위터의 글 작성자는 “『여름, 스피드』출간 6개월 후 김 작가에게 연락해 본인은 커밍아웃한 작가니 남의 아웃팅은 상관없냐고 질문했다”며 “추측 가능한 부분만 수정하면 괜찮겠느냐는 김 작가의 태도에 기가 찼다”고 전했다.

이는 김 작가의 작품과 관련한 두 번째 문제 제기다. 앞서 10일엔 “내가 김 작가 작품 ‘그런 생활’에 나오는 C누나”라며 “나와 나눈 카카오톡 내용을 단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겨 작품에 썼다”는 글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김 작가는 이에 대해 사과문을 올렸고 문학동네와 창비는 16일 해당 내용이 들어간 책을 수정된 판본으로 교환해주기로 했다. 문학동네는 ‘그런 생활’이 실린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중 논란 부분이 실린 7만부를 수정본으로 바꿔주기로 결정했다. 창비도 ‘그런 생활’이 포함된 작품집 『시절과 기분』 초쇄와 2쇄를 수정본으로 교환해주기로 했다.

올해 나왔던 문학동네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올해 나왔던 문학동네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하지만 ‘사생활 아웃팅’ 피해자가 다시 나오면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학동네는 새로 문제가 제기된 『여름, 스피드』는 물론이고 앞서 지적된 ‘그런 생활’이 실린 수상작품집까지 판매 중지했다. 또 사과문에서 “피해자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추가 조치가 마련되는 대로 다시 공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창비 또한 "연이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판단하고 있다"며 후속조치를 약속했다. 김 작가는 공식적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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