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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A whole new world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송길영 Mind Miner

송길영 Mind Miner

벌써 7월입니다. 연초부터 세계가 정신없이 몰아치는 위기에 허덕이고 있어 봄이 가는 줄도, 여름이 오는 줄도 몰랐는데 벌써 반년이 지난 것입니다. 하루하루 전해오는 마음을 무겁게 하는 통계에 짓눌려 그저 오늘 하루 안전하게 보내려 소망하는 소극적인 마음이 이제는 조금씩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능동적인 노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가 겪은 공통의 경험은 #변화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 #바이러스 이전의 세상으로 #결코 돌아가지 않을 것

바이러스가 바꾸는 세상에 대한 세미나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언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입니다. 과연 우리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최근 제가 겪은 세 가지 경험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요즘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입구에서 마스크를 썼는지 확인하고 체온을 재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만난 한 조직의 대표는 그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한달에 인건비만 1000만원이 넘게 들어간다 토로합니다. 예기치 않은 일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겠구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경기도 좋지 않은데 나름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다음날 쇼핑몰에서 에스컬레이터에 부착된 안면 인식 자동 체온 검진 모니터를 보자 그 직업 역시 한시적일 수밖에 없음을 곧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동화의 발전 속도가 빨라 민첩하게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국내 굴지의 한 기업이 전자식 마스크를 개발하여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에게 기증했다는 기사가 회자되었습니다. 공기청정기 기술을 적용하여 공기를 들이마실 때 초소형 팬이 숨 쉬는 것을 도와주는 방식이라 방호복을 입고 하루 종일 환자를 돌보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번 바이러스의 문제가 해결된 후에도 그동안 관심받지 못하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계신 수많은 현장의 근로자들이 이 기술의 혜택을 받으실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빅데이터 7/17

빅데이터 7/17

며칠 전 저녁에 열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호텔에서는 QR코드로 참석자들을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명단과 연락처를 수기로 적고 그 정오를 추적하는 일을 하기보다 모바일 폰으로 스스로 실명을 확인하고 제한적 정보를 자동으로 넘겨주는 시스템으로 참석자 관리를 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그 광경을 보며 각자의 참석여부 확인을 자신의 ID로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한명이 모두를 위해서 하던 일을 각자가 알아서 돕도록 하는, 그간 관례처럼 해왔던 일의 자동화가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불과 몇개월 사이 이렇게 새로이 만들어진 시스템들이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습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인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이제 기술의 발달로 그 어머니의 자녀가 일을 광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입니다.

미국에서 처음 선보일 때 화제였던 무인 점포는 비대면의 시대에 더욱 선호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키오스크와 셀프 계산대로 대표되는 무인 편의점은 감염에 대한 두려움 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며 겪는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소비자를 겨냥합니다. 이미 길에 떨어진 물건을 집지 않을 만큼 우리에게 익숙해진 CCTV와 입장시 인증하는 신용카드로 신분의 보증이 가능한 운영 시스템은 혹여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책임소재를 가릴 수 있습니다. 점주 입장에서도 3교대로 이루어지는 인력의 관리와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기에 변화의 수용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이처럼 개발된 기술과 환경의 변화로 더욱 주목받는 시스템들은 사람들의 호오에 의해 자연선택되며 더욱 새로운 형태로 진화합니다.

오늘이 어제와 같지 않은 것처럼 바이러스 이후의 삶도 이전과 같을 수 없습니다. 비단 바이러스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화와 지식사회의 고도화, 인공지능과 초연결과 같은 수많은 입력들이 우리의 삶을 꾸준히 바꿔 온 것처럼 미래는 현재와 같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공통 경험은 변화의 수용성을 높여줍니다. 함께 걱정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온 우리 종이 더 나은 삶을 위해 또다시 합의하는 이 시점,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다가올 것을 우리는 느끼고 있습니다.

디즈니의 영화 ‘알라딘’ 속 노래의 가사와 같이 우리는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A whole new world…… I can’t go back to where I used to be. 

송길영 Mind Mi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