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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집값 폭등 잡자면 ‘1가구 1주택 원칙’ 엄격히 해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56)

정부의 수많은 부동산 대책을 비웃 듯이 집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아파트값 폭등’이라는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국민의 불만이 어떤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는 정부에서 집값이 50% 이상 올랐으니 심정이 이해된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사진 pixabay]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사진 pixabay]

한국에서 집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거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집 없는 서민이나 집값이 꿈쩍도 하지 않는 지방 거주자의 상대적인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 때문에 결혼도 포기한다고 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많은 국민에게 배신감을 안겼다.

최근의 실태를 한번 보자. 강남과 분당 등 인기 지역 집값은 2002년부터 상승해 2006년까지 거의 두세배 올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을 기점으로 2013년까지 하락했다. 그러다가 다시 2014년 이후 또 쉬지 않고 올라 지금은 저점 대비 거의 두 배로 값이 뛰었다. 세배 정도 오른 데도 있다.

2019년 3월 발표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가계소득이 높거나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의 집값이 높다고 나온다.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은 집값도 비싸다는 뜻이다. 강남과 분당은 고소득자가 많고, 판교는 신도시에 테크노벨리 등 IT 기업이 밀집한 탓에 최근 집값이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올랐다. 수도권에서 떨어진 지방은 집값이 오르지 않아 허탈해하고 있다.

판교는 신도시에 테크노벨리 등 IT 기업이 밀집해 있어 최근 집값이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올랐다.[중앙포토]

판교는 신도시에 테크노벨리 등 IT 기업이 밀집해 있어 최근 집값이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올랐다.[중앙포토]

최근의 집값 상승은 정부가 부추긴 면이 없지 않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2014년 LTV와 DTI 규제를 완화하면서 당시 여권 실세가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한 것이다. 경기 활성화를 겨냥한 것이었겠지만 정부 당국자의 발언으로는 대단히 부적절했다. 거기에 인위적인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어 부동산 투기가 만연하고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어느 정권이나 집값 하락보다는 상승이 낫다고 보아 은근히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하면 건설경기, 자재, 인력, 중개업소, 인테리어 업체 등등 파급효과로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가 커 투기를 방치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가진 자의 불로소득과 부익부 빈익빈의 심각한 사회 불평등이 나타난다. 사는 집을 투기의 대상으로 만들어 ‘못 가진 자’를 더욱더 궁핍하게 만든다. 길게 보면 백해무익한 짓을 집권 기간의 경기 부양을 위해 모른 채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집값이 급등한 큰 요인 중 하나는 비정상적인 저금리 기조이다. 주택 담보 대출금리가 2~3%대로 빚을 내 투자해도 크게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2억~3억원 대출받아 5억원짜리 집을 샀는데 몇 년 후 10억이 된다면 이자와 세금 몇천만 원은 큰 부담이 아니다. 실제로 인기 지역에는 이런 사례가 많다. 그래서 투기 광풍이 부는 것이다. 4~5년 전 3억~4억 원 하던 20~30평대 아파트가 지금 20억 원을 호가하는 곳도 있다. 아무리 인기 지역의 초역세권이라 해도 정상적이지 않다.

새로운 대책이 효과가 있을까. 쉽게 집값이 잡힐 것 같지 않다. 정책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저금리와 시중에 풀려있는 1500조원의 풍부한 유동성 자금은 언제든지 투기성 자금으로 변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로 기업 실적이 나빠지고,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어 최근의 상승 흐름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집값이 소득·일자리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어, 큰 폭 상승은 어렵겠지만 날개가 확 꺾일 것 같지도 않다. 더 이상 일회성 부동산 정책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집을 마치 도박장 같은 투기판으로 만드는 것은 죄악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뚜렷한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새로운 대책이 효과가 있을까. 쉽게 집값이 잡힐 것 같지 않다. 정책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진 pxhere]

새로운 대책이 효과가 있을까. 쉽게 집값이 잡힐 것 같지 않다. 정책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진 pxhere]

예컨대, ‘1가구1주택’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이다. 이사나 직장 이동, 노부모 봉양, 분가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2주택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하되, 그 이외의 2주택 이상의 투기성 다주택 보유로 보고 제한해야 한다. 다주택 보유시 거래 제한과 보유세·취득세·양도세를 중과해 투기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근본 대책은 밀쳐두고 자질구레한 ‘두더지 잡기’식의 땜질 처방은 풍선효과만 부추겼다. 단기적인 경기부양 수단으로 건설경기를 부추기는 것은 투기로 이어져서 다수 국민을 피해자로 만들었다.

1가구 1주택 이상은 ‘주택 공개념’ 차원에서 엄격한 부동산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는 집이 투기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대다수 국민이 폭등하는 집값에 분노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집 때문에 삼포 세대가 되고, 결혼을 피해 인구 절벽이 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이제는 ‘1가구 1주택’ 원칙하에 이에 반하는 투기는 강력하게 제재하고 투기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끔 해야 한다. 더이상 국민이 무원칙한 부동산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기를 기대한다.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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