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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놀림받던 아이를 의사로 키운 가짜 다이아몬드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55) 

보석 중의 보석, 다이아몬드가 요새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다이아몬드가 금값’이라고 할 정도로 값이 십여 년 전 금융위기 이래 최저가 수준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결혼 감소, 큰 손 중국의 부패 척결운동과 코로나로 인한 급격한 매출 감소 때문이다.

보석의 황제, 다이아몬드. 결혼 때 다이아 반지 하나는 당연한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단순한 여자의 허영일지 모른다. 그러나, 남자의 사랑이 다이아 반지로 평가받는다면 좀 서글픈 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다이아몬드가 결혼반지로 사랑받게 됐을까. 그것도 역사가 있다. 과거 약 100년 동안 다이아몬드 시장을 독점했던 남아공의 드비어스사가 대공황으로 수요가 줄자 그 견고함과 영원성을 이미지 마케팅한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광고로 결혼반지 시장을 개척, 소비가 급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코이누르 다이아몬드. [사진 Wikimedia Commons]

코이누르 다이아몬드. [사진 Wikimedia Commons]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다이아몬드는 105.6 캐럿짜리 ‘빛의 산’이라는 뜻의 코이누르(Koh-I-Noor)이다. 원래 인도 무굴제국 소유였으나 1849년 영국의 펀잡 합병으로 영국 왕실 소유가 되었고, 193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취임식 왕관에 쓰였다.

왕조의 흥망성쇠에 따라 주인이 바뀐 보석으로 소유한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다음으로 테일러 버턴(Tayor-Burton)이 유명하다. 영화배우 리처드 버튼이 아내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선물한 것으로 69.42캐럿, 배(과일) 모양이다.

세 번째는 무게 14.62캐럿의 오펜하이머 블루(Oppenheimer Blue)이다. 2016년 5월 4840달러의 ‘조세핀의 푸른 달’ 이후 최고가인 5750만 달러(한화 690억 원)에 낙찰됐다. 팬시 비비드 블루칼라로 투명도 최상급에 에메랄드 컷이다.

오펜하이머 블루[사진 pixnio]

오펜하이머 블루[사진 pixnio]

네 번째는 핑크 스타(Pink Star)이다. 132.5캐럿 원석을 무려 20개월 동안 공들여서 커팅 한 무게 59.60캐럿에 타원형의 브릴리언트 컷이다. 중국의 티파니, 초우타이폭(周大福)서 한화 약 750억에 경매가 이루어져 보석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러면 혹시 ‘가짜 다이아몬드’ 선물은 어떨까. 받은 사람이 사기 쳤다고 펄쩍 뛰면서 내팽개칠까. 다음 이야기는 요새 블로거에서 블로거로 전달되는 이야기이다. 어느 초등학교 여교사가 5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아이들을 처음 만나는 날, 맨 앞줄에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작은 남자아이가 눈에 띄었다. 다른 애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았고, 옷도 단정치 못했다. 잘 씻지도 않았는지 냄새도 가끔 났다.

모두를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그 아이만 보면 괜히 기분이 좋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의 지나간 생활기록부를 보게 되었다. 그 아이 1학년 담임은 ‘잘 웃고 밝은 아이임. 예절 바르고, 함께 있으면 즐거운 아이임’, 2학년 담임은 ‘ 반 친구들이 좋아하는 아이임. 영리하며 과제도 깔끔하게 잘함. 어머니가 병으로 형편이 어려움’, 3학년 담임은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마음고생이 심한 것 같음. 아버지의 관심이 적은 것 같음’, 4학년 담임은 ‘말이 없고 학교생활에 관심이 없음. 수업 중에 멍하니 바깥을 자주 쳐다봄’이라고 했다.

여기까지 읽은 선생은 비로소 문제를 깨달았고, 마음이 아팠다. 마침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아이들이 리본으로 꾸민 예쁜 선물을 가져왔는데, 그 아이는 식료품 봉투의 누런 두꺼운 종이로 어설프게 포장된 선물을 내밀었다. 선생은 애써 다른 선물은 제쳐두고 그 아이의 선물부터 뜯었다.

화려하고 값비싼 다이아가 아니라도 따뜻한 마음이 담긴 저런 '가짜 다이아'는 어떤가. 어려운 이에게 손을 내밀어 아픔을 같이 나누고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값진 선물이 있겠는가. [사진 pixabay]

화려하고 값비싼 다이아가 아니라도 따뜻한 마음이 담긴 저런 '가짜 다이아'는 어떤가. 어려운 이에게 손을 내밀어 아픔을 같이 나누고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값진 선물이 있겠는가. [사진 pixabay]

알이 몇 개 빠진 ‘가짜 다이아몬드 팔찌’와 바닥에 물이 얼마 남아있지 않은 ‘향수병’이 나오자 몇몇 아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녀가 팔찌를 차고 정말 예쁘다고 칭찬하고, 손목에 향수를 뿌리자 아이들 웃음이 그쳤다. 그 아이는 방과 후에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오늘 꼭 우리 엄마에게서 나던 향기가 났어요.”

이후 선생은 그 아이에게 진정으로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격려하면 할수록 그 아이의 눈빛이 살아나고 더 잘 따랐다. 그해 말, 그 아이는 가장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되었다. 1년 후 그가 교무실에 넣어둔 쪽지에는 ‘그녀가 최고의 선생님이었다’고 쓰여있었다.

6년이 흘러서는 고교를 전교 2등으로 졸업했다는 것, 대학을 졸업하고는 더 공부하기로 했다는 등 편지를 계속 보내왔다. 또 몇 년이 지나서는 ‘좋은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려는데, 부모가 안 계시니 어머니 석에 앉아 줄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 말미에 ‘Dr. ㅇㅇㅇ 박사’라고 적혀있었다. 기꺼이 그러겠노라고 했다.

결혼식이 끝난 후, 이제 어엿한 의사가 된 그는 선생님을 끌어안고 귓속말로 “선생님, 절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중요한 사람이고, 제가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그저 화려하고 값비싼 다이아라야만 할까.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 담겨있는 저런 '가짜 다이아’는 어떤가. 우리 주변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고난과 시련을 겪으면서 어릴 때부터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며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다. 소년 소녀 가장, 결손가정, 부모 실직으로 생계와 주거를 위협받는 아이 등 사연도 가지가지이다. 그럴 때, 손을 내밀어 그 아픔을 같이 나누고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값진 선물이 있겠는가.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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