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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부부 관계의 정석 보여주는 이 영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 (79)

요즘은 분위기상 영화관을 예전보다 덜 찾게 되면서 집에서 영화를 즐기는 채널들의 인기가 올라갔죠. 이러한 채널에서도 새로운 영상물들을 제작해 올리곤 하지만, 지나쳤던 예전 영화나 기억에 남아있는 영화들을 다시 찾아보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얼마 전 잠이 오지 않아 영화 채널을 뒤적거리다 2009년에 개봉된 영화 '줄리&줄리아'를 다시 보게 되었죠. 요리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즐겁게 변화시킨 두 여인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유명한 프렌치 셰프인 줄리아 차일드, 그리고 그녀의 요리책을 보고 음식을 만들어 글을 올리며 명성을 얻게 된 줄리 파월이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프랑스로 가게 된 미국인 줄리아 차일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프랑스에서 답답한 시간을 보내다 명문 요리학원인 ‘르꼬르동 블루’에 등록하게 됩니다. [사진 영화 '줄리앤줄리아' 스틸]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프랑스로 가게 된 미국인 줄리아 차일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프랑스에서 답답한 시간을 보내다 명문 요리학원인 ‘르꼬르동 블루’에 등록하게 됩니다. [사진 영화 '줄리앤줄리아' 스틸]

줄리아 차일드는 1950년대 그녀의 친구들과 『Mastering the Art of French Cooking』이라는 요리책을 발간하며 유명세를 탔죠. 그리고 2000년대 뉴욕에 살고 있는 줄리 파월은 그 책에 소개된 레시피를 따라 한 요리들을 그녀의 블로그에 올리게 됩니다. 줄리아의 책에 담긴 524개의 요리를 365일의 시간 안에 모두 직접 해내며 블로그에 올린 내용을 『Julie & Julia: 365 Days, 524 Recipes, 1 Tiny Apartment Kitchen』이란 책에 담아냈습니다. 영화는 1950년대의 줄리아와 2000년대 줄리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교차시키며 두 여인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미국인인 줄리아는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프랑스에 오게 됩니다. 하지만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프랑스에서 무엇을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며 답답한 시간을 보내게 되죠. 그러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 가장 행복한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 길로 명문 요리학원인 ‘르꼬르동 블루’에 등록하게 되고,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찾으며 답답하기만 했던 프랑스에서의 시간을 행복으로 바꿔 갑니다.

줄리아가 프랑스에 살던 1949년. 남자들만 전문적으로 가르치던 ‘르꼬그동 블루’에서 남자들 사이에 치여가며 묵묵히 요리를 익혀갔죠. 그녀는 미국인들을 위한 프랑스 요리책을 내고자 하는 목표를 세웁니다.

줄리아가 프랑스에 살던 1949년. 남자들만 전문적으로 가르치던 ‘르꼬그동 블루’에서 남자들 사이에 치여가며 묵묵히 요리를 익혀갔죠. 그녀는 미국인들을 위한 프랑스 요리책을 내고자 하는 목표를 세웁니다.

그녀가 프랑스에 도착했던 해는 1949년. 남자들만 전문적으로 가르치던 ‘르꼬그동 블루’에서 남자들 사이에 치여가며 묵묵히 요리를 익혀갔죠. 학원을 졸업한 후 요리 클래스를 운영하던 그녀는 친구 둘과 함께 미국인들을 위한 프랑스 요리책을 내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게 됩니다. 그렇게 책은 완성되었는데 너무 많은 양에 선뜻 출간하겠다는 출판사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죠. 좌절감도 맛보고 허무에 빠지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 세상에 선보인 그녀의 책은 대히트를 치게 되고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공무원으로 무료한 직장생활을 이어가던 줄리는 어느 날 친구가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채 완성은 못 했지만 소설도 쓸 만큼 글솜씨가 있었던 그녀는 자신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무엇을 쓰면 좋을까를 고민하던 그녀는 남편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요리하는 시간을 즐긴다는 것을 깨닫고, 줄리아의 책에 소개된 요리를 일 년 안에 자신의 블로그에 담아내겠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일 년 안에 524개의 요리를 해내겠다는 그녀에게 엄마는 전화를 걸어 무리한 일이라며 하다 중단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 말하기도 하죠. 물론 다소 무리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잘 끝맺지 못하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해내겠다는 의지를 목표에 담은 셈입니다.

공무원으로 무료한 직장생활을 이어가던 줄리는 남편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요리하는 시간을 즐긴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줄리아의 책에 소개된 요리를 일 년 안에 자신의 블로그에 담아내겠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공무원으로 무료한 직장생활을 이어가던 줄리는 남편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요리하는 시간을 즐긴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줄리아의 책에 소개된 요리를 일 년 안에 자신의 블로그에 담아내겠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잘 나가는 친구들과 잔소리꾼 엄마 사이에서 기분전환으로 시작한 그녀의 요리 블로그였지만 댓글 하나 달리지 않는 날들이 이어지자 허무함에 빠지기도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재료들과 씨름하고, 쓰인 대로 해보지만 연달아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하면서 좌절에 빠지기도 하죠. 하지만 꾸준한 그녀의 글은 점차 열광적인 반응을 얻게 되고 일 년의 약속이 지켜진 후 책으로도 엮어지며 유명인이 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유쾌한 요리영화라는 홍보문구처럼 영화를 보고 나면 한껏 미소 짓고 있는 스스로를 만나게 되는 영화인 '줄리&줄리아'를 다시 보면서 예전에는 줄리와 줄리아에게만 맞추어졌던 초점이 이번에는 그녀들의 남편에게 이어졌습니다. 요리라는 같은 매개체를 통해 성장해가는 두 여인의 성공 스토리에는 아낌없는 격려와 애정 가득한 리액션으로 지지해 준 남편들이 있었죠. 줄리와 줄리아의 도전하고 성공해가는 이야기에 웃음과 힘을 얻기도 하지만 부부 사이에서 나는 상대에게 어떤 존재가 되고 있는지를 떠올려 보게 되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줄리아의 뒤에는 영원한 동반자이자 후원자였던 남편이 있었습니다. 요리의 길을 찾아 걸어가는 줄리아에게 남편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죠.

영화 '줄리&줄리아'는 꼭 아내에게 힘을 주는 남편의 입장이 아닌 아내이건 남편이건 상대의 도전과 때때로 좌절하는 과정에서 나는 어떤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영화 '줄리&줄리아'는 꼭 아내에게 힘을 주는 남편의 입장이 아닌 아내이건 남편이건 상대의 도전과 때때로 좌절하는 과정에서 나는 어떤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줍니다.

“You are the butter to my bread, and the breath to my life” (당신은 내 빵속의 버터, 그리고 내 삶의 숨결이야)라고 말하던 줄리아의 남편이 떠오릅니다.

줄리는 유명세를 타면서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했다고는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서로를 응원하며 잘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부작용으로 영화 속 남편과 내 옆의 남편을 비교하며 화를 돋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꼭 아내에게 힘을 주는 남편의 입장이 아닌 아내이건 남편이건 상대의 도전과 때때로 좌절하는 과정에서 나는 어떤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 '줄리&줄리아'. 이번 주말 나란히 않아 맥주 한 잔 놓고 부부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이길 바라봅니다.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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