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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이혼한 부부, 아이와 캠핑 가더니 "오늘부터 1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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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 (78)

요즘 SNS에 간단하게 나의 성격유형을 진단해 볼 수 있는 검사가 많이 소개됩니다. 대표적으로 시행이 쉽고 간편해서 학교나 직장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MBTI 진단을 들 수 있습니다.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금세 확인되는 진단 결과를 보면서 마치 용한 점쟁이에게 점이라도 본 듯 ‘맞아맞아’를 연발하기도 합니다.

때론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도 되고, ‘그러게 내가 그렇지’ 하며 새삼 나를 돌아보게도 됩니다. 누구보다 나를 내가 잘 알 것 같지만 우리는 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합니다.

성격유형을 진단해볼 수 있는 검사들이 많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시간이 지나 다시 검사를 진행해보면 결과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조금 더 외향적이 되기도 하고, 감정형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사진 pxhere]

성격유형을 진단해볼 수 있는 검사들이 많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시간이 지나 다시 검사를 진행해보면 결과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조금 더 외향적이 되기도 하고, 감정형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사진 pxhere]

개인적으로 조직 커뮤니케이션 워크숍에서 주로 사용하는 진단 중에는 ‘버크만 진단’이 있습니다. 공군으로 활동하던 버크만이라는 사람이 그의 이름을 따 개발한 진단입니다. 그는 한 개인이 평상시와 스트레스 상황에서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나 행동양식이 일관적이지 않고 차이가 생긴다는 것을 확인한 후 이에 대해 연구하면서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경험과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진단지를 완성하게 되었죠.

버크만 검사는 크게 생활양식에 관한 부분과 조직에서의 업무처리방식에 대한 부분으로 구분이 됩니다. 진단 시간도 길거니와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시간은 조금 더 소요되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나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진단내용을 확인하다 보면 평소 생활에서의 나의 행동양식과 일할 때의 내가 같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이에서 다른 사람이 보는 나의 오류가 생기기도 하죠.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뿐 아니라 그 안의 내재적 동기에 대해서도 파악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이러한 성격진단의 질문은 변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진행해보면 결과가 달라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향적이었다가 조금 더 외향적이 되기도 하고, 사고형이었으나 감정형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객관적인 사실에 주목하면서 분석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다양한 상황을 접하면서 인간관계나 상황적인 특성을 좀 더 고려하는 성향으로 변하기도 한다는 것이죠. 결과 중심으로 일의 성과물을 내느라 같이 일하는 동료를 챙기는 것에 소홀했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진단을 통해 우리는 나 자신을 더 이해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직에서는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의 성향을 확인하면서 조직원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나의 언어로 사랑을 표현합니다. 나와 만나는 상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는 사랑을 표현하죠. [사진 pixabay]

많은 사람이 나의 언어로 사랑을 표현합니다. 나와 만나는 상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는 사랑을 표현하죠. [사진 pixabay]

부부 관계에 있어 가장 많이 거론되고 또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는 진단은 게리 체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를 들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사랑의 언어와 상대방이 원하는 사랑의 언어가 같지 않음에도 많은 사람이 나의 언어로 사랑을 표현합니다. 이는 나와 만나는 상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는 사랑을 표현하죠.

하지만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게 마련입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중요한 사람은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지만 나와 만나는 상대는 인정, 칭찬의 말을 사랑의 표현에 있어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관계의 틈이 생길 수밖에 없죠. 간단한 진단을 통해 서로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랑의 언어를 확인하면 오해가 이해로 바뀌는 계기가 됩니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로 시작하는 김국환 씨의 노래는 그 가사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며 발표 당시 많은 사랑을 받았었죠. 이처럼 나를 좀 더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와 함께하는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한 번쯤 진단 등의 방법을 통해 서로를 다시금 바라보는 노력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얼마 전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그룹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인을 만났습니다. 그 지인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여러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나와 함께 하는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과정 중에 진단을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되는데, 이를 통해 관계가 개선된 한 부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지만 결혼 후 시간이 지나며 대화가 점점 사라져 왔다면, 그사이 함께 사는 그 사람도 달라졌거나 혹은 내가 잊게 된 많은 것들이 있을 겁니다. [사진 pxhere]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지만 결혼 후 시간이 지나며 대화가 점점 사라져 왔다면, 그사이 함께 사는 그 사람도 달라졌거나 혹은 내가 잊게 된 많은 것들이 있을 겁니다. [사진 pxhere]

결혼 후 일 년 남짓의 시간만을 보낸 후 이혼을 선택한 한 부부의 사례였습니다. 칼럼의 제목처럼 님이지만 또 한순간에 남이 되기도 하는 것이 부부 사이죠. 그렇게 님에서 남이 된 부부는 이혼은 했지만 둘 사이에 아이로 인해 때때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이미 10대가 되어 있습니다. 먼저 이 과정을 마친 아내는 자신의 변화를 경험하며 이미 남이 된 남편에게 한 번 들어볼 것을 권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둘은 나와 이혼한 상대방을 다시 떠올려 보게 되었습니다.

‘아 나의 이런 점 때문에 상대방이 힘들었겠구나!’
‘그 사람은 그런 것이 아니었는데 보이는 것만으로 내가 상대방을 오해하고 있었구나!”

아이가 중학생이 될 때까지 재결합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두 사람은 이혼 후 처음으로 아이와 함께 캠핑을 떠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과정을 진행하는 제 지인은 수줍은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희 오늘부터 1일 되었어요.”

버크만 진단을 끝낸 후에는 작은 카드 하나를 건넵니다. 그 카드의 한 면에는 ‘당신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보여집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면에는 ‘당신은 동료들이 이렇게 대해주기를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죠. 다른 많은 진단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지만 결혼 후 시간이 지나며 대화가 점점 사라져 왔다면, 그사이 함께 사는 그 사람도 달라졌거나 혹은 내가 잊게 된 많은 것이 있을 겁니다. 아내와 남편 사이 나는 어떤 사람일까요? 그리고 상대방은 어떻게 대해주기를 바라고 있을까요? 나는 남편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해 봅니다.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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