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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낚시 사건’ 오바마·버핏·머스크 계정도 뚫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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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 유명 인사들의 트위터 계정이 대거 해킹당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등 세계적 부자들의 계정도 피해를 입었다. 억만장자 래퍼 카니예 웨스트와 그의 부인 킴 카다시안, 50전 전승의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도 피해자였다. 유명 인사뿐 아니라 우버와 애플의 공식 트위터도 해킹당했다.

바이든·빌 게이츠 등 계정 해킹 #“비트코인 보내면 두 배로 준다 #재산 사회 환원” 일반인 유혹 #3시간 만에 1억4220만원 송금

이들의 공식 계정에는 “사회에 돈을 환원하겠다. 아래 주소로 비트코인을 보내면 두 배로 돌려받을 것이다. 1000달러(약 120만원)를 보내면 2000달러를 돌려주겠다. 30분 동안만 이렇게 하겠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그러면서 온라인 비트코인 지갑 주소를 덧붙였다.

공격 목표에 주요기관·인프라는 없어  

사기 피해자들은 유명 인사들이 글을 올린 것으로 생각해 해당 지갑에 비트코인을 송금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커들이 트위터에 올린 비트코인 지갑 주소로 3시간 만에 11만8000달러(약 1억4220만원)가 송금됐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자체 분석 결과 사기 규모가 12만 달러 이상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 지갑에 350건이 넘는 비트코인 송금 거래가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고 한다. 베이조스·게이츠·머스크는 세계 10대 부호에 드는 인사다.

해커들은 유명 인사들의 트위터 계정을 해킹해 비슷하지만 대상에 어울리는 사기 글을 올렸다. 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계정에는 ’사회에 환원하겠다“ ②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계정에는 ’모두가 나에게 환원을 요청하는데, 이제 때가 왔다“ ③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계정에는 ’코로나19로 사회에 돈을 환원하겠다“ ④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계정에는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했다“는 사기 글이 올라왔다. [트위터 캡처]

해커들은 유명 인사들의 트위터 계정을 해킹해 비슷하지만 대상에 어울리는 사기 글을 올렸다. 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계정에는 ’사회에 환원하겠다“ ②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계정에는 ’모두가 나에게 환원을 요청하는데, 이제 때가 왔다“ ③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계정에는 ’코로나19로 사회에 돈을 환원하겠다“ ④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계정에는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했다“는 사기 글이 올라왔다. [트위터 캡처]

NYT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 기준 15일 오후 4시 유명 인사들의 트위터 계정 해킹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주요 암호화폐 기업들과 관련 인사들의 트위터 계정이 해킹돼 비트코인 송금 요청 메시지가 떴다. 이후 정치권과 경제계, 엔터테인먼트 업계 주요 인사들의 계정도 해킹됐다. 이들의 트위터에 비트코인을 송금하라는 내용의 글이 뜨자 트위터는 이 글을 제거했으나 곧바로 같은 글이 올라오자 해당 계정들을 일시 폐쇄했다. 이와 함께 추가 해킹을 막기 위해 실시간 뉴스 서비스를 제한했다. 이로 인해 미국 기상청이 15일 일리노이주의 토네이도 경보를 트위터에 올리지 못해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해커들은 ‘비트코인을 보내라’는 글만 올렸을 뿐 주요 기관이나 인프라를 공격 목표로 삼지는 않았다. 보안 전문가들은 해커들이 이들을 목표로 할 경우 사회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했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CNN은 트위터를 통해 주요 정책을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가 해킹 피해를 볼 경우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해커들 효과적이지만 아마추어 냄새”

누가 트위터 계정을 해킹했는지는 아직 나온 게 없다. 미국에서 대규모 해킹이 발생하면 북한이나 러시아·중국·이란 등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효과적이지만 아마추어 냄새가 난다”고 NYT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비트코인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돈세탁 능력이 없고, 더 정교한 사기 행각을 벌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가가 아닌 해커 집단의 공격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명 인사들의 트위터 계정이 무더기로 도용당한 사태의 원인은 내부 직원이 해킹당했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위터는 15일 브리핑을 통해 “어떤 사람들이 조직적인 공격을 가했다”며 “이들은 내부 시스템과 도구에 접근할 수 있는 일부 트위터 직원들을 표적으로 삼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창사 후 최악의 해킹 사태에 휘말린 트위터는 이들이 저지른 적대적 활동이 더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사건을 점검하는 동안 글 게시와 비밀번호 변경 등 일부 기능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킹 대상이 된 일부 트위터 계정은 2단계 인증 절차와 보안상 강력한 비밀번호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으로 트위터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3% 이상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사건을 인지한 뒤 이용자들이 사기에 이용된 지갑 주소로 돈을 보내지 못하게 차단했다. 제미니 암호화폐 거래소 공동창업자인 캐머런 윙클보스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것은 사기다. 돈을 보내지 말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트위터를 상대로 한 이번 해킹 규모에 놀라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유명 인사들의 계정을 동시다발적으로 해킹했는데, 해커들의 협력 규모가 놀랍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CNN은 “이번 해킹은 트위터 역사상 최대 보안사고”라며 “돈을 노린 사기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유명 인사를 노린 점에서 큰 우려를 주고 있고, 주요 지도자들을 노린 해킹은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위터는 과거 여러 차례 해킹에 노출됐다. 지난해 8월에는 트위터 창업자 겸 CEO 잭 도시의 트위터 계정이 해킹당해 인종차별과 폭탄테러 위협 글이 올라왔다. 2017년에는 내부 직원이 트위터 시스템에 들어가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삭제했다가 수분 후 복원되기도 했다. 2010년에는 오바마 등 유명 인사들의 계정이 해킹당하자 연방무역위원회(FTC)가 트위터의 개인정보 보호가 허술하다며 10년 동안 보안감사를 받도록 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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