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과학] 전자레인지 속 음식 어떻게 익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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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의 마술상자 같은 전자레인지. 꽁꽁 언 고기덩어리도 금방 녹이는가 하면 식은 피자도 2~3분이면 따뜻하게 데워 준다. 음식을 끓이고 졸이고 데우는 등 전자레인지만큼 조리를 손쉽게 해결해주는 기기를 찾기 힘들다.

전자레인지 안에 어디를 들여다 봐다 불꽃 등 열을 만들만한 것이 없는 데 어떻게 음식을 익힐까. 더구나 플라스틱 그릇 조차 하나도 망가뜨리지 않고 음식만 뜨겁게 조리할 수 있을까.

전자레인지의 이같은 '마술' 은 전파가 부린다. 전파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일상 생활에서 아주 많이 이용하고 있다.

방송국에서 연기를 하는 탤런트의 소리와 모습을 안방 TV에 전달하고, 휴대폰의 통화 목소리도 전파가 상대방에게 실어다 준다.

이 전파를 아주 강하게 한 뒤 수분을 머금고 있는 물체에 쏘면 열이 나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 전자레인지다.

전파 중에서도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는 것은 1초에 24억5천만번이나 양극과 음극을 바꿔가면서 상하로 떨리는 것을 사용한다.

이 전파를 물기가 있는 곳에 쏘았을 때 가장 많은 열을 낸다는 것이 실험결과 밝혀졌기 때문이다.

전파와 물기가 만났을 때 열을 내는 원리는 이렇다. 전파가 상하로 떨리면서 음극(-)이 됐을 때는 물 분자 중 양이온(+)을, 양극(+)일 때는 음이온(-)을 끌어 당긴다.

이런 양이온과 음이온이 서로 교차되는 횟수는 전파가 1초에 위 아래로 떨리는 24억5천만번이나 된다.

이렇게 음이온과 양이온이 교차될 때 서로 마찰이 생겨 열이 나는 것이다. 손바닥을 서로 비비면 열이 나는 이치와 비슷하다.

그래서 물기가 전혀 없는 음식은 아무리 오래 전자레인지를 틀어놔도 뜨거워지지 않는다.

또 전파는 금속은 뚫고 들어가지 못하지만 도자기나 유리.플라스틱 등은 통과하기 때문에 그릇 안의 음식만 익힐 수 있는 것이다.

전파의 이런 투과성 덕에 음식의 겉과 속이 동시에 익는다. 불로 요리를 하면 겉에서부터 익어 들어가는 것과 다른 점이다.

전자레인지는 2차 대전 때 한 미군 레이더 기지에 근무하는 병사가 원인 모르게 익어 죽은 게 계기가 돼 개발이 시작됐다는 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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