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고용시장에 가져온 그림자가 길어지고 있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10.7%로 치솟아 21년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취업자 수 4개월째 감소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만2000명 감소했다. 코로나19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 3월 이후 4개월 연속 줄었다.
특히 청년 실업률(15~29세)은 10.7%로 1999년 6월(11.3%)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주로 일자리를 구하는 시기인 20대 후반(25~29세) 실업률로 좁혀 보면 10.2%로 1999년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나빴다.
잠재적 구직자까지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더 올라간다. 청년층(15~29세)의 체감실업률을 의미하는 확장실업률은 그 전달에 비해 2.2%포인트 오른 26.8%로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최악이었다.
취업자 수가 증가한 연령대는 60대 이상(33만8000명↑)이 유일했다. 15~29세 청년층(-17만명)·30대(-19만5000명)·40대(-18만명)·50대(-14만6000명) 모든 연령층에서 일자리가 감소했다. 60대 이상 일자리가 는 것은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영향이 크다.
제조업·서비스업 부진이 채용 절벽
청년 고용 사정이 특히 나쁜 이유는 청년층이 주로 취업하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부진 등의 여파로 6월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동월비 6만5000명이 줄어, 5월(-5만7000명)보다 감소 폭이 더 커졌다. 4개월 연속 감소다. 서비스업은 생활 방역 전환 등의 영향으로 감소 폭이 다소 둔화했다. 하지만 도·소매업(-17만6000명), 숙박·음식업(-18만6000명)을 중심으로 여전히 큰 폭의 하락세를 유지했다. 코로나19가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지면서 청년의 취업문을 닫은 셈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제조업 고용 감소 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 걱정스럽다”며 “코로나19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은 청년층의 고용 회복이 더디다는 점도 마음 아픈 부분”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경제원구원에 따르면 종업원 300인 이상, 매출액 500대 기업 중 32.5%는 올해 신규채용 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19.0%) 채용하지 않겠다(8.8%)고 답한 비율도 4곳 중 1곳 이상이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좋지 않으면 기업이 굳이 고용할 이유가 없는 데다, 뽑더라도 능력이 검증된 경력자 위주로 필요한 부분에서 제한적으로 뽑을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 침체로 인한 피해가 청년에게 더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냥 쉰' 청년도 역대 최대
청년 실업문제는 단순히 일자리가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청년의 구직 활동을 단념하게 만들어 사회 전체 부담으로 이어진다.
6월 고용 통계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 취업했거나 실업 상태라도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사람까지 포함한 경제활동참가율은 20대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포인트 줄어든 62.2%를 기록했다. 특히 주요 구직 계층인 20대 후반(25~29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4.1%로 전년 같은 달 대비 3.3%포인트 감소했다. 구직활동 자체를 하지 않는 사람이 더 늘어났다는 의미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중 다른 활동 없이 '쉬었다'고 답한 사람은 45만5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9만5000명 증가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에는 일자리가 거의 없고 그나마 공공 일자리는 '스펙(채용에 필요한 각종 자격 요건)' 좋은 사람들만 채용되니 아예 구직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청년층이 일자리를 계속 구하지 못하면 출산율 감소 등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