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앞세운 지역의 재발견…‘로컬리티’, 예능의 새 블루칩 될까

중앙일보

입력 2020.07.15 16:26

 tvN '서울촌놈'에서 서울 출신 차태현, 이승기가 태종대 인근의 한 횟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CJ ENM]

tvN '서울촌놈'에서 서울 출신 차태현, 이승기가 태종대 인근의 한 횟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CJ ENM]

‘로컬리티’가 예능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를까.

tvN의 새 예능프로그램 ‘서울촌놈’은 서울이 고향인 연예인(차태현ㆍ이승기)의 지방 투어를 담았다.  ‘서울 촌놈’ 홈페이지엔 “찐찐 ‘서울촌놈’들의 특별한 홈타운 체험”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연예인이 지방행을 다룬 예능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나영석 PD의‘1박2일’이나 ‘삼시세끼’를 비롯해 ‘패밀리가 떴다’ ‘청춘불패’ 등 유명 연예인이 지방을 찾아가는 예능프로그램들은 이전에도 많았다. 이들 프로그램은 대개 낙후된 지방에서 ‘고행’을 겻들인 체험을 벌인다는 콘셉트를 앞세웠다. ‘서울촌놈’이 이런 예능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점은 지방을 전면에 내세워 ‘로컬리티’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12일 방영된 첫화 ‘부산편’은 ‘서울촌놈’의 기획 특성이 잘 드러났다.

tvN '서울촌놈' [사진 CJ ENM]

tvN '서울촌놈' [사진 CJ ENM]

장혁, 이시언, 사이먼 도미닉(쌈디) 등 부산 출신 연예인들이 일일 가이드가 되어 서울 출신 연예인을 데리고 태종대 등 부산의 주요 명소와 돼지국밥, 회 등 지역의 대표 음식을 소개했다. 사이먼 도미닉은 10대 시절 가수의 꿈을 키웠던 부산대역 인근의 거리 무대로 안내하며 부산의 보수적 분위기 때문에 힙합 활동을 이어가기가 어려웠던 시절을 회고했고, 장혁은 자신이 즐겨 찾던 돼지국밥집을 소개하면서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영도가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19일 2화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무대 남포동과 자갈치 시장이 이러한 형식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팀과 부산팀으로 나뉘어 음식을 놓고 게임을 벌이거나 사이먼 도미닉이 자신의 꿈을 지지해준 지인과 깜짝 재회하며 눈물을 흘리는 등 ‘1박2일’ ‘TV 는 사랑을 싣고’ 등의 예능 공식이 도입되기도 했지만, ‘서울촌놈’의 메인 요리는 지역 출신 연예인의 추억과 로컬리티와 맞물린 서사다.

 tvN '서울촌놈'에서 장혁이 자신이 즐겨 찾던 돼지국밥을 알아맞추는 게임의 한 장면 [사진 CJ ENM]

tvN '서울촌놈'에서 장혁이 자신이 즐겨 찾던 돼지국밥을 알아맞추는 게임의 한 장면 [사진 CJ ENM]

‘서울 촌놈’을 기획한 유호진 PD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첫 계기는 tvN의 ‘응답하라 1994’ 시리즈였다”며 “다양한 지역 출신 주인공들이 하숙집에서 모여 로컬리티를 내세웠는데, 서울 출신이 서울말을 사용했으면 평범했을 스토리가 사투리와 지역색을 입혀 특별해지는 것을 보고, 예능에 저런 요소를 도입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 PD는 “예전엔 지역 사람들 외엔 가지 않던 대전 성심당 같은 지역 빵집에 서울 사람들이 찾아가 줄을 서는 등 ‘로컬리티+히스토리’에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급격한 산업 발달로 수도권과 지방의 풍경이 비슷해지면서, 서울에 대비되는 독특한 오리진과 로컬리티가 주목을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서울 촌놈’의 포인트도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유 PD 역시 고교까지 부산에서 거주한 지역 출신이다. 부산 외에도 광주·대전 등 지역의 주요 도시들이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SBS '맛남의 광장'의 한 장면 [사진 SBS]

SBS '맛남의 광장'의 한 장면 [사진 SBS]

한편 지난해 12월 시작한 SBS 예능프로그램 ‘맛남의 광장’도 최근 예능에서 가장 빈번히 쓰이는 소재 ‘음식’에 ‘로컬리티’를 결합한 사례다. 유명 음식사업가 백종원씨를 주축으로 연예인들이 지역을 찾아가 특산물과 지역 음식을 이용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이를 고속도로 휴게소, 철도역, 공항 등에서 선보이는 내용이다. 판매 불황에 놓인 특산물의 활로를 뚫어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한다는 서사도 덧붙였다.
6월 방영된 전남 완도편에서는 다시마를 이용한 다시마 칼국수를, 7월 방영된 강원 철원편에서는 우유를 이용한 ‘우유 카레’와 ‘우유 라면’ 등이 나와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국내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방과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문화 상품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과거 예능에서 지방은 서울과 대비되는 낙후성이 강조됐지만 ‘서울 촌놈’ 등에선 지역의 히스토리를 앞세웠다는 점이 이전과는 다르다. 연예인을 끌어들여 지방에 ‘인문’과 ‘음식’ ‘정보’를 입힌다는 점에서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한 시도”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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