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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성윤 3주째 대면 ‘불발’....삼성 건 서면 대체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 처리를 놓고 '공개항명'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3주째 주례 대면 보고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때부터 어긋한 검찰 넘버 원(검찰총장)과 넘버 투(서울중앙지검장)의 갈등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5일 오전 윤 총장은 주례 대면 보고를 진행했으나 이 지검장의 보고는 서면으로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주례 대면 보고가 무산된 경위를 놓고 대검과 중앙지검은 말을 아꼈다. 대검은 "중앙지검장 주례보고는 비공개 이므로 일정, 방식 등은 확인해 주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중앙지검도 "일정 및 형식, 보고안건을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알렸다.

총장과 중앙지검장은 매주 수요일 총장 집무실에서 만나 서울중앙지검의 중요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한다. 검찰 지휘부간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보고 형식은 대면으로 한다. 중앙지검장이 주례 보고를 서면으로 갈음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례적인 상황이 3주째 지속하면서 서초동 검찰청사 주변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시작은 채널A 사건 수사팀이 지난달 30일 대검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고, 특임검사급 독립성을 부여해달라"고 건의하면서부터다. 대검은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수사자문단이 윤 총장이 소집을 지시한 외부 자문기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지검장이 건의 형식을 띠었지만, 윤 총장의 지시에 정면으로 항명한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공개항명' 다음 날인 지난 1일 주례 보고부터 이 지검장의 보고는 대면에서 서면으로 대체됐다.

지난 2월 1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지검장회의에 윤석열 지검장(왼쪽)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참석했다. [오종택 기자]

지난 2월 1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지검장회의에 윤석열 지검장(왼쪽)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참석했다. [오종택 기자]

하지만 이날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처리가 임박한 상황에서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6월 26일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심의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하라’고 의결한 지 20일이 지나도록 검찰이 수사에 대한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에 두 사람이 뜻을 함께했기에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어떻게 돌파할지 귀추가 주목됐지만 3주째 만남이 불발되면서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달 검찰 인사가 예정된 것을 고려하면 수사팀은 조만간 결론을 내려야 한다.

다만 이날 이 지검장은 대면 보고를 서면으로 대체했다. 이 지검장이 서면보고에 이 부회장 사건에 대한 보고를 포함하고, 윤 총장이 보고 내용을 동의해 이를 재가하면 수사 결과가 이르면 이번 주중이라도 발표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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