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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원 군납양주·시계, 청탁이냐” 고종수 등 비리 의혹 공판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국내 축구판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프로축구 대전시티즌 선수선발 비리의혹 관련 재판이 처음으로 열렸다. 재판에는 의혹의 중심에 선 고종수(42) 전 대전시티즌 감독과 전 대전시의회 의장 등 피고인들이 모두 나왔다.

프로축구 선수선발과정에서 청탁을 받고 실력이 부족한 선수를 선발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고종수 전 대전시티즌 감독(왼쪽)이 14일 대전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한 뒤 돌아가고 있다. 신진호 기자

프로축구 선수선발과정에서 청탁을 받고 실력이 부족한 선수를 선발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고종수 전 대전시티즌 감독(왼쪽)이 14일 대전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한 뒤 돌아가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지법 형사12부(부장 이층경)는 14일 오후 2시 230호 법정에서 뇌물수수와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종천(52) 전 대전시의회 의장(현 대전시의원)과 고종수 전 감독 등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고종수 전 감독, 전 대전시의회 의장 출석 #군납양주·육참총장 시계 주고받은 것으로 #청탁 의혹 현역 중령 "단순한 고마움 표시"

 김 전 의장은 2019년 1월 프로축구 대전시티즌 선수선발 과정에서 지인의 청탁을 받고 고 전 감독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고 전 감독은 김 의장에게서 선발 요청을 받고 자질이 부족한 후보를 합격자 명단에 포함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대한축구협회 등록 중개인(에이전트) 등과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김 전 의장이 에이전트인 A씨(52)에게 선수 선발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고 전 감독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특정 선수의 이름을 거론하며 선발을 강요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대전시티즌 예산 등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전시의회 의장이 ‘위력으로 선발을 방해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날 공판에는 자기 아들이 선수 선발(테스트)에서 통과하게 해달라며 김종천 전 의장에게 청탁한 혐의(뇌물공여)로 군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현역 중령 B씨(49)가 출석했다. 김 전 의장의 아들과 B씨 아들은 청탁이 오간 것으로 추정되는 2018년 12월 초 스페인 프로축구(4부리그) 같은 팀에서 활동하던 사이였다.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 선수 선발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이 지난해 5월 23일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방경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 선수 선발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이 지난해 5월 23일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방경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B씨는 “김 전 의장에게 건넨 물품(군납 양주·육군참모총장 시계)은 아들을 추천해 준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며 “선의의 마음으로 건넨 것으로 애초부터 합격(선발)을 바라고 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군납 양주와 시계의 가격을 모두 합해도 4만원 남짓인 데다 이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금품을 주고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시민구단이었던 대전시티즌이 선수를 선발하는 데 시의회 의장이 추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 아니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그런 건 모른다. 다만 아들을 둔 (아버지) 입장에서 고마움을 전달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공판에서는 B씨가 김 전 의장의 소개로 공사업체 관계자를 만난 사실도 확인됐다. B씨는 “김 전 의장을 만난 뒤 한 사업가에게서 전화를 받고 만난 적이 있다”며 “군 공사와 관련해 입찰과정 등 기본적인 사항을 알려줬을 뿐 다른 일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날 공판에서 고 전 감독과 김 전 의장, 에이전트에 대한 피고인 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음 공판은 21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두 번째 공판에는 감호 전 대전시티즌 대표와 코치진 등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고종수 전 대전시티즌 감독이 2017년 12월 1일 대전월드컵경기장 인터뷰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호 대표로부터 팀 머플러를 받고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종수 전 대전시티즌 감독이 2017년 12월 1일 대전월드컵경기장 인터뷰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호 대표로부터 팀 머플러를 받고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의장이 연루된 사건은 2018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전시티즌이 공개 테스트를 거쳐 선발한 최종후보 15명 중 일부(2명)의 점수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대전지역 시민단체가 제기했다. 심사에서 채점표가 수정됐고 이 과정에서 점수가 오른 일부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내용이었다. 시민구단이던 대전시티즌을 관리·감독하는 대전시는 자체감사를 통해 점수가 수정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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