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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면역 실패, 경제 허우적···국경 여는 유럽서 왕따된 스웨덴

중앙일보

입력

집단면역 실험에 실패한 스웨덴이 유럽 내에서 ‘왕따’ 위기에 처했다. 유럽연합(EU) 각국이 서서히 국경을 다시 열고 있지만, 유독 스웨덴에 대해서만 꽁꽁 걸어 잠그는 모습이다.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 英 다음 순 #이웃 포함 EU 10개국 빗장 안 풀어 #집단 면역 실패…그래도 정책 유지

지난 2일 스웨덴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에서 여행객들이 수속 준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일 스웨덴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에서 여행객들이 수속 준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만큼 스웨덴 정부의 방역 정책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난 3월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유럽 각국이 강력한 봉쇄 정책을 펴는 동안 스웨덴은 여러 전문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단 면역 실험을 강행했다.

스웨덴 정부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외출 제한을 강제하지 않고 사회ㆍ경제 활동을 유지하면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개개인의 자율에 맡겼다. 주요 감염 경로로 꼽히는 술집 등의 영업까지 허용했다. 단 50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와 고령자 요양시설 방문 정도만 금지했다.

그 결과 스웨덴은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스웨덴의 누적 확진자는 7만여 명, 사망자는 5420명이다.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 수는 530명으로, 영국(661명)에 이어 유럽 내에서 가장 많다.  

북유럽 3개국 코로나19 사망자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북유럽 3개국 코로나19 사망자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웃 3개국과 비교하면 피해 상황은 더 도드라진다. 스웨덴의 사망자 규모는 노르웨이 등 3개국 사망자 합계(1185명)의 4.5배다. 

이런 이유로 노르웨이는 지난달 15일 국경을 다시 열면서 스웨덴만 제외했다. 반면 핀란드·덴마크 국민에 대해선 자가격리 의무도 면제키로 했다. 핀란드도 비슷한 조처를 하고 있다.

덴마크는 지난 4일부터 한국 등 6개국에 국경을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이웃국 중엔 역시 스웨덴만 빠졌다. 이들 3개국뿐만 아니다. 네덜란드ㆍ불가리아 등 EU 10개 회원국이 스웨덴에 대해서만 빗장을 풀지 않고 있다.

지난달 24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기온이 30도까지 오르자 수영복 차림의 시민들이 물가에 나와 수영을 즐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기온이 30도까지 오르자 수영복 차림의 시민들이 물가에 나와 수영을 즐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웨덴 정부가 바라던 집단 면역은 사실상 실패했다. 이론적으로 국민 60% 이상이 코로나19 항체를 가져야 하는데, 지난 4~6월 한 민간 업체가 조사한 결과 항체 형성률은 11%에 그쳤다.

그렇다고 경기 띄우기에 성공한 것도 아니다. 최근 스웨덴 중앙은행은 스웨덴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4.5%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제이콥 커키가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스웨덴은) 문자 그대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사정이 이런 데도 스웨덴 정부는 정책을 바꿀 생각은 없어 보인다. 니콜라스 에이롯 쇠데르턴대 정치학과 부교수는 요미우리 신문과 인터뷰에서 "사망자가 많아도 대다수 국민은 생활에 영향을 받지 않은 탓에 '봉쇄가 없어 좋았다'고 여긴다"며 "폭발적인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스웨덴 정부의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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