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성능 미달 논란’ 국산 K2 흑표전차 개발, 이번엔 ‘특혜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2 전차는 수면 위로 스노클만 드러내고 몸체는 완전히 물속으로 들어간 채 강을 건너는 도하 작전이 가능하다. [육군 제공]

K2 전차는 수면 위로 스노클만 드러내고 몸체는 완전히 물속으로 들어간 채 강을 건너는 도하 작전이 가능하다. [육군 제공]

성능 미달로 양산의 문턱을 넘지 못한 K2 전차 핵심 부품의 국산화 개발을 다시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성능 미달하자 기준 낮춰 국산화 시도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13일 방위사업협의회를 열고 K2 흑표전차의 심장 역할을 하는 파워팩(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한 장치)의 기술 수준을 낮춰서라도 10년 넘게 미뤄졌던 국산화를 마무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방사청은 협의회를 마친 뒤 결정 배경과 관련, “국산 변속기를 적용할 수 있는 마지막 양산사업임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번 3차 양산 사업이 국산화를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산 파워팩은 그동안 두 번에 걸친 K2 전차 양산 과정에서 모두 무산됐다. 엔진은 2차 양산 때 개발에 성공했지만, 변속기가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K2 전차의 실전 배치는 늦어졌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군 당국은 지난 2010년 K2 전차 총 324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하지만 100대 양산을 계획한 1차 사업부터 난관을 만났다. 국산 엔진과 변속기 개발에 실패하면서다. 핵심 부품 국산화에 실패하자 2015년 독일산 파워팩을 전차에 장착해 일단 전력화를 마쳤다.

2019년 말까지 납품 계약을 맺은 2차 사업 역시 국내 기술 개발한 파워팩의 성능 미달로 지연됐다. 엔진 성능은 기준에 충족했지만, 변속기가 목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국방규격 내구도 기준에 따르면 시험 평가를 받는 변속기는 320시간 동안 문제없이 작동해야 한다. 하지만 237시간 만에 문제가 발견돼 군에서 요구하는 성능의 74% 수준에 그쳤다. 이에 국산 엔진에 독일제 변속기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5월 뒤늦게 전력화를 시작했다.

이번 협의회는 변속기 개발을 맡은 국내 기업 S&T중공업에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산 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이 K2 전차 마지막 3차 사업에 포함되도록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협의회는 ▶국산 변속기의 국방규격 개정 ▶K2 전차 3차 양산계획 수립 전 국산 변속기의 최초 생산품 검사 추진 ▶연내 양산계획 수립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K2 흑표 전차. [육군 제공]

K2 흑표 전차. [육군 제공]

방사청은 지금까지 이뤄진 내구도 시험을 두고선 “시험 기준이 불분명했다”며 “국방 규격의 합리적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자 기준 자체를 낮추는 꼼수를 쓰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 자체를 평가하기보다 개발을 추진했던 국내 업체의 손해를 막아야 한다는 방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개발에 실패해 납품하지 못한 생산 재고가 4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차 사업에서도 국산 변속기를 뺀 ‘반쪽’ 파워팩을 탑재할 경우 업체가 쓴 연구개발비 306억원과 정부 투자비 542억원이 물거품이 된다. 사업이 미뤄져 업체가 부담하는 지체상금 규모도 1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업계는 성능 기준을 내려달라는 요구를 해왔고 방사청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시험평가에서 달성한 74% 수준의 성능은 군이 제시한 생산 내구도 평가 목표인 9600㎞에는 못 미치지만, 7110㎞ 정도의 내구성은 증명했다는 논리다. 소식통은 “부족한 성능만큼 개발 비용을 덜 받거나 고장이 발생했을 때 무상 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런 ‘기준 하향’이 생산 업체에 대한 특혜 의혹으로 비칠 수도 있다.

방사청은 16일 형상통제심의위원회를 열고 K2 변속기 규격 변경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박용한·이근평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