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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죽었다"…반려견 11마리 굶겨죽인 개 주인 2심서 징역형

중앙일보

입력

원룸에서 키우던 반려견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아 굶어 죽게 한 주인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높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월 21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의 한 원룸에서 발견된 반려견(몰티즈) 11마리 사체. 연합뉴스

지난해 1월 21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의 한 원룸에서 발견된 반려견(몰티즈) 11마리 사체. 연합뉴스

 대전지법 형사항소4부(부장 임대호)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3)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애초 1심을 맡은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비난 가능성이 크고 죄질이 나쁘다”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내렸다.

작년 1월 천안…1심 '벌금형'→2심 징역형' #발견 당시 1마리만 생존, 동물병원서 치료 #2심 재판부 "비난 가능성 크고 죄질 나빠"

 A씨는 2018년 12월 29일쯤부터 약 3주간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의 한 원룸에서 키우던 반려견(몰티즈) 12마리에게 사료와 물을 주지 않아 11마리를 죽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반려견의 사체는 장기간 A씨가 월세를 내지 않자 지난해 1월 21일 낮 12시40분쯤 원룸으로 찾아간 관리인에게 발견됐다. 발견 당시 11마리의 사체는 장롱과 부엌 등 원룸 곳곳에 흩어져 있던 상태였다. 반려견 사체에서 특별한 학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행히 1마리는 산채로 발견돼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 발견 당시 미약하게나마 심장이 뛰고 있었다. 동물병원으로 옮겨진 생존 몰티즈는 저혈당과 빈혈 등의 증세를 보였지만 치료를 받고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에 나선 경찰이 반려견 사체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의뢰해 정밀검사를 진행한 결과 ‘질병’이 아닌 ‘영양부족’이 사인으로 나왔다. 경찰은 월세가 밀린 A씨가 반려견을 그대로 두고 달아난 것으로 판단, 추적에 나서 A씨를 검거한 뒤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대전지법 형사항소4부는 13일 반려견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사진은 대전지법 전경. [중앙포토]

대전지법 형사항소4부는 13일 반려견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사진은 대전지법 전경. [중앙포토]

 A씨는 경찰에서 “(대전에 사는) 아버지에게 급한 일이 생겨 대전에 머물렀다”며 “반려견들에게 밥을 주기 위해 2~3차례 원룸에 왔었다”고 진술했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악의적으로 동물을 학대한 점은 아니다”고 판단,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고의 여부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보면서도 “죽음에 이른 동물 수가 너무 많다”며 1심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동물 보호기관 등에 도움을 요청했다면 반려견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며 “(국민적) 비난 가능성이 크고 죄질도 나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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