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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고추따러 왔다"…베트남 노동자 380명 코로나 뚫고 입국

중앙일보

입력

2016년 입국한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이 농가 일손을 돕는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음. [중앙포토]

2016년 입국한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이 농가 일손을 돕는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음. [중앙포토]

베트남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 380여명이 고추 수확을 돕기 위해 입국한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첫 외국인 계절 근로자의 집단 입국 사례다.

27일 베트남 근로자들 인천 통해 입국 #전세버스 타고 4곳 시설에서 자가격리

 경북도는 12일 "경북 영양군의 고추 농사를 도울 베트남 근로자들이 오는 2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고 밝혔다. 베트남 근로자 380여명은 90일간 영양군 120여 농가로 흩어져 일손을 돕는다. 근로자의 70% 정도는 고추 수확을 돕고, 나머지는 상추·수박 수확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영양군은 입국일인 27일 인천공항으로 45인승 전세 버스 10여대를 보낸다. 근로자들이 인천공항 선별 진료소를 거쳐 나오면 곧바로 태워 14일간 머물 자가격리 시설로 이동한다. 영양군은 지역 농가와 협의해 경북 울진군 백암온천 인근 호텔 3곳과 영양군 내 휴양림 등 모두 4곳의 자가격리 시설을 마련해 둔 상태다. 근로자들은 이들 시설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를 하는 등 14일간 머물면서 질병관리본부의 방역 지침을 따른다. 이후 8월 초 농촌 현장으로 투입된다.

 경북도 농촌활력과 관계자는 "호텔 등 4곳의 자가격리 시설비는 1인당 하루 10만원, 14일간 140만원이 들어간다. 이를 영양군과 농가에서 7대 3 비율로 부담했다. 호텔비를 자체적으로 부담할 만큼 농가의 일손이 시급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농촌 현장의 외국인 계절 근로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막혔다. 수확철 농가에선 외국인 근로자가 꼭 필요하다. 인건비·인력수급 문제로 국내에선 농가 일손을 구하기가 어려워서다. 이를 보여주듯 최장 90일까지 농업 부문에 외국인 취업을 허용하는 외국인 계절 근로제 근로자는 2015년 19명이었으나, 지난해 3600여명으로 빠르게 늘었다. 그러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제한되면서 농촌 현장은 어려움에 빠졌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를 영양군이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영양군과 농가에서 자가격리 시설 비용을 자부담한 점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선 국가 시설 등 세금이 들어가는 공적 시설이나 기관에 외국인 계절 근로자의 자가격리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 영양군이 농가와 의기투합해 자체적으로 해결한 것이다.

 또 근로자들이 베트남 국적이라는 점도 입국 성사를 도왔다. 베트남은 다른 국가에 비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하지 않다. 지난 4월 16일 이후 석 달간 지역사회 감염자가 없다. 시골 지자체의 일손 부족에 대한 간절함도 성공의 배경. 영양군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고추 주산지다. 재배면적만 1300㏊ 이상이다. 다음 달 초부터 시작되는 고추 수확기에 외국인 계절 근로자 없이는 수확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런 현실을 오도창 영양군수가 발 벗고 나서 경북도와 질병관리본부 등을 설득했다.

 베트남 근로자의 하루 일당은 농작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8만원에서 10만원. 체류 기간 숙식은 농가에서 제공하는 게 일반적이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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