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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세연 "10억 낭비" 市 "사실무근"…'박원순 5일장' 법정 공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용석 변호사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행정법원을 나서며 서울특별시장 기관장 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강용석 변호사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행정법원을 나서며 서울특별시장 기관장 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박원순 시장 장례에 서울시 예산 10억 원 이상이 들어갑니다. 법적으로 집행 금지시킬 수 있는 사안입니다.”(강용석 변호사)
“10억 원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가처분 신청 대상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서울시 측)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기관장(葬)’으로 치르는 것을 놓고 12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와 서울시 측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다음날 오전 치러지는 박 시장의 발인식을 하루 앞두고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성용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30여분 간 심문을 열어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지 못하게 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양 측 입장을 들었다. 가세연 측에선 강용석 변호사를 비롯해 법무법인 넥스트로 변호사 5명이, 서울시 측에선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의 소송대리인 격으로 법무법인 청신 변호사 3명이 참여해 비공개로 심리가 진행됐다.

"고 박원순 기관장(葬) 막아달라" 공방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 [사진 서울시]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 [사진 서울시]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재판에서 서울시 측은 가세연이 낸 가처분 신청 자체가 ‘당사자 적격이 없는 소송’이라고 주장했다. 가세연이 서울시의 공금 지출을 문제삼는 ‘주민소송’을 낼 자격이 없으므로 소송 자체가 무효라는 취지다.

주민소송이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걸 견제하기 위해 지역 주민이 법원에 제기하는 소송이다. 다만 일정 수 이상 주민이 먼저 상급기관에 ‘주민감사청구’를 내고,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서울시 측은 심리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전달한 입장문에서 “감사청구가 이루어진 바 없으니 주민소송에서 가처분신청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가세연 측은 이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단 입장이다. 강 변호사는 “이미 주민소송을 낼 수 있는 인원이 500명 이상 확보되어 있고, 곧 주민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안사건이 아닌) 가처분 소송에서 굳이 이같은 형식이 필요한지 재판부도 의문을 제기했다”고도 주장했다.

文의 재가 필요한가

서울특별시장(葬)을 치르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가 필요한지를 놓고도 공방이 오갔다. 앞서 서울시는 “행정안전부로부터 (청와대나 정부부처) 협의나 승인받을 필요 없이 서울시 재량으로 결정하면 된다는 답을 들었다”며 “서울특별시장은 서울시 재량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에는 장례에 대한 법규가 따로 있지 않아 정부 의전 관련 가이드라인인 ‘정부 의전편람’을 참고해야 한다. 의전편람상 국가장례는 국장ㆍ정부장ㆍ기관장으로 분류되는데 서울시는 “현재 장례는 기관장이기 때문에 대통령 재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반면 가세연은 “서울특별시장은 장관급으로 재직 중 사망한 경우 정부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정부장의 경우 소속 기관장이 행자부, 청와대 비서실과 협의한 후 소속 기관장 제청으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정협 시장권한대행이 이런 대통령의 재가 없이 정부장을 치르는 건 절차 위반이라고 했다.

장례비 10억 vs 2억

강용석 변호사(가운데) 등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관계자들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서울특별시장 기관장 금지 가처분' 신청에 앞서 소송기록표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강용석 변호사(가운데) 등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관계자들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서울특별시장 기관장 금지 가처분' 신청에 앞서 소송기록표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박 시장의 장례비용을 두고도 공방이 일었다. 서울시는 꽃값과 장례식장 비용 등을 종합해 장례 예산을 2억원 가량으로 보고 있다. 재판이 끝난 뒤 서울시 측은 “공금의 지출에 따른 손해가 있다면 다른 법적 절차를 통해 회복 가능하므로, 가처분 신청이 반드시 인정돼야 할 필요성도 없다”고 밝혔다.

가세연은 인건비 등을 합치면 장례 비용이 10억원을 넘는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서울시청 공관 앞을 4일 동안 독점해 사용하고 서울시 공무원 수십 명이 주말에 나와서 일해야 한다는 점을 다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된 이야기도 거론됐다. 서울시 측은 “아직 (고소장 접수 이후) 형사 절차가 이뤄진 게 없는데도 가세연 측이 유죄를 전제로 주장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강 변호사 측은 박 시장에 대한 고소장을 입수해 재판부에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서울행정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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