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징역 40개월형 최측근 사면…법치주의 훼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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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형을 선고받은 자신의 측근을 대통령 권한으로 특별 사면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로저 스톤(67) 트럼프 대선 캠프 전 참모에 대해 특별 사면 처분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러시아 스캔들’ 관련 위증·공무집행 등 7개 혐의로 징역 40개월을 선고받은 스톤은 오는 14일부터 수감될 예정이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스톤은 좌파와 미디어 동맹들이 트럼프 행정부를 약화시키기 위해 꾸며 낸 ‘러시아 사기극(Russia hoax)’의 피해자”라면서 “의욕만 넘치는 검사들은 존재할 수 없는 사건을 수사했고, (수사 당국은) 허가돼서는 안 되는 작전을 통해 그를 체포했다. 배심원단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을 “마녀사냥”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캠프와 트럼프 행정부, 러시아 사이에는 어떤 유착 관계도 없었다. 유착은 2016년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판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톤은 이미 큰 고통을 겪었다”면서 “이 사건의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는 매우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다. 이제 그는 자유다”고 밝혔다.

스톤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사이의 유착 가능성에 대한 의회 조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스톤이 법정에서 위증하고 핵심 문서들을 숨기는 한편, 동료 직원을 ‘의회 조사에 협조하지 말라’며 협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재판 당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보를 내놓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백악관 성명이 나오기 직전 미국 NBC의 인터뷰에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라는 엄청난 압력 아래에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안다”면서 “그렇게 하면 내 상황이 나아질 수 있었겠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은 사면 처분이 법치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며 반발했다. 애덤 시프 미 하원의원은 “이번 사면 결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두 가지 사법 제도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자신의 범죄자 친구들을 위한 것과, 다른 모두를 위한 것 말이다”라고 비판했다.

제럴드 나들러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장과 캐롤린 맬로니 정부감시 및 정부개혁 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사면 결정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두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다른 대통령은 이처럼 개인적이고 자기 잇속을 챙기기 위한 목적으로 사면권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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