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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고소한 비서 신상 털며 "고지 보인다"…2차 가해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7년 비서실엔 총 17명이 근무. 이제 고지가 보입니다”

10일 오전 9시쯤 딴지일보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서울시청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직원 성별을 거론하며 박원순 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여성을 찾고 있다고 적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박 시장의 고소인 신원을 추적하고, 협박성 글이 잇따르면서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오전 9시9분쯤 온라인 커뮤니티 '딴지일보'에 올라온 글. [딴지일보 캡쳐]

10일 오전 9시9분쯤 온라인 커뮤니티 '딴지일보'에 올라온 글. [딴지일보 캡쳐]

고소 여성 추정 사진 게시하고 '음모론'도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당일부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상에서는 박 시장을 고소한 것으로 추정하는 여성의 사진이 떠돌기도 했다. 박 시장의 한 지지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행사장에서 박 시장 옆에 선 여성의 사진을 욕설과 함께 게재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마찬가지다. 박 시장 지지자가 올린 같은 사진을 게재해놓고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음모론도 나왔다. 커뮤니티 딴지일보에서 한 지지자는 이날 오후 3시쯤 “대상을 고르고 계획하고 은밀하게 실행하는 자들, 안희정부터는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더 가슴 아프다”며 “김어준 총수가 말한 ‘저들의 최대치’는 그리 만만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적기도 했다. 한 주식투자 갤러리에는 “박원순은 미투로 작업 당한 것이다”며 “미투는 가장 손쉬운 숙청 방법”이라는 글도 올라있다.

류호정, "당신이 외롭지 않으면 좋겠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 일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목소리를 냈다.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 시장을 성추한 혐의로 고소한 여성을 향해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2차 피해를 막을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위로했다.

정의당 비례대표 1번인 류호정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의당 비례대표 1번인 류호정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임현동 기자

경찰, "고소인 요청하면 신변 보호할 것" 

경찰은 피해자 신변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일자 고소인을 적극 보호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 고소인이 요청하면 최선을 다해 신변 보호에 나설 것”이라며 “임시 거처를 마련해주거나 위치 추적이 가능한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최근 전직 비서 A씨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박 시장은 10일 0시1분 북악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시장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는 유언장을 남겼다. 박 시장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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