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년 내 꽉 차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정해놓은 답 없어, 의견수렴 집중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김소영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장

김소영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장

“미리 정해놓은 답은 없다.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의견 수렴을 끝까지 마무리하겠다.”

김소영 신임 재검토위 위원장

지난 8일 인터뷰에서 김소영 신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은 이렇게 밝혔다. 1일 위원장에 선출된 그의 어깨는 무겁다. 정정화 전 위원장이 월성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시설 대책 공론화를 둘러싼 논란 끝에 사퇴한 만큼 이를 봉합하고 수습해야 하는 일을 맡았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나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말한다. 월성 원전 내 있는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은 오는 2022년 3월이면 가득 찬다. 기존 시설을 늘리든, 새로운 저장 시설을 만들어 옮기든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두고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원자력 발전업계는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정 전 위원장은 “탈핵 진영 등이 빠진 공론화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판을 잘못 짰다”고 비판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위원장의 임무는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과 갈등이 엇갈린 상황에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중지를 모으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 교수로 연구개발 정책,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융합 등 분야를 연구해오다 중책을 맡은 그를 인터뷰했다.

어려운 시기, 어려운 자리를 맡았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마라톤과 같이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다. 이번 재검토로 모든 게 결정되는 게 아니다. 수십 년이 걸리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과 해법을 마련해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공론화 등 의견 수렴도 중요하지만 전문성에 기반을 둔 기술 역량도 필요하고 어느 순간엔 정치적 결단도 필요한 일이다.”
다른 재검토위원도 사퇴했다. 위원회 운영에 문제는 없나.
“대다수 위원은 힘들지만 끝까지 논의를 이어간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재검토위를 해체하고 다시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사용후핵연료를 둘러싼 대표적 이해관계 집단은 원자력계, 탈핵시민사회계, 지역주민이다. 이 중 탈핵시민사회계가 불참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 재검토위를 해체한다면 중요 의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다시 공전하게 될 것이다. 불참하는 쪽의 입장만 고려해 의견 수렴을 연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의견 수렴 결과를 정리한 정책 권고안을 작성할 때도 탈핵시민사회계가 논의 과정에 불참했다는 사실을 밝힐 것이다.”
공론화보다 주민투표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식이지 않을까.
“사용후핵연료처럼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중장기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이슈의 경우 다수의 의견이 반드시 합리적인 결과를 낳는 건 아니다. 의견의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 특정 입장을 가진 1000명의 의견보다 무작위로 추출된 100명의 학습된 의견이 더 정확할 수 있다.”
임시 저장시설은 곧 포화상태가 된다. 시간이 많지 않은 데.
“10~12일 1차 종합토론회를 열고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과 중간저장시설 필요성 등에 대해 시민 참여단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임시 저장시설 추가 확충 관련 사항에 대해선 오는 18~19일 종합 토론회를 개최한다. 다음 달 초엔 관리 시설 유치 지역에 대한 지원 방안 등에 대해 시민 참여단의 의견을 듣는 2차 종합 토론회를 연다. 의견 수렴 결과가 적기에 도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