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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만기때 이 생에 없을까봐"…대구 90세 할매 마지막 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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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잡은 손 이미지. [중앙포토]

맞잡은 손 이미지. [중앙포토]

 월세 단칸방에서 한 달에 50만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아 홀로 생활하는 90세 노인. 이 노인이 정부 보조금을 아껴 모은 적금. 전 재산과 같은 이 적금을 도중에 해약하고, 그 돈 전부를 찾아 이웃돕기로 기부했다면. 그것도 "적금 만기가 올 때까지 살아있을지 모르겠다"며 전 재산을 내놨다면 믿길까.

 대구에서 최근 있었던 90세 어느 할머니의 생애 마지막 기부 이야기다. 할머니의 사연은 며칠이 지나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 2일 오후 3시쯤 대구시 남구청 2층 구청장 비서실. 백발에 남루한 옷을 입고, 허리가 굽은 한 할머니가 유모차처럼 생긴 보행기를 밀고 들어왔다. 할머니 옆에는 50대 요양보호사가 서 있었다. 직원들이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묻자, 요양보호사가 "할머니가 전 재산을 기부하신다고 해서 왔다"고 했다.

 보행기를 옆에 두고 자리에 앉은 할머니는 자신이 대구시 남구 봉덕1동에 홀로 사는 노인이고, 90세라고 했다. 그러더니 오만원권 20장을 꺼냈다. 남구청 사회복지과 직원이 급히 할머니를 맞았다. 할머니는 현금 100만원을 챙겨 주면서 "나라의 도움을 받아 모은 전 재산과 같은 돈이다. 나와 같이 어려운 이웃을 좀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새마을금고 적금이 11월에 끝나는데, 건강이 좋지 않아 적금 만기까지 살아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요양보호사는 "할머니는 개인적인 문제로 홀로 단칸방에서 지내는데, 이름이나 사연을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해서 더 이상은 말하기가 곤란하다"고 남구청 사회복지사에게 전했다. 백발의 할머니는 이렇게 100만원만 내놓고, 다시 보행기를 밀고 구청을 떠났다.

 남구청은 할머니의 기부금을 어려운 이웃들의 병원비로 사용하기로 했다. 조재구 남구청장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할머니의 이런 따뜻한 마음이 우리 사회에 널리 전해졌으면 한다"고 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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