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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패 사슬 끊는 정찬헌, LG 마운드의 단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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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허리 부상으로 연이은 등판이 어려워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한 뒤 무난히 적응한 LG 정찬헌. 올 시즌 4승으로 팀 내 다승 공동 1위다. [연합뉴스]

허리 부상으로 연이은 등판이 어려워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한 뒤 무난히 적응한 LG 정찬헌. 올 시즌 4승으로 팀 내 다승 공동 1위다. [연합뉴스]

열흘에 한 번 프로야구 LG 트윈스 마운드에 단비가 내린다. 12년 만에 선발투수로 돌아온 정찬헌(30)이 대지를 적시는 그 비다. 연패에 길어질 조짐이면 나타나 고리를 끊고 팀을 구해낸다.

12년 만의 선발 사실상 에이스 #이민호와 번갈아 5선발로 활약 #열흘에 한 번 등판, 시즌 4승 #부상 여파 보직 바꿔 전화위복

정찬헌은 2008년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했다. 우완 정통파로 큰 기대를 모았다.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과 커브가 일품이었다. 그해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39경기에 등판했다. 13패(3승)였지만, 궂은일을 도맡았기 때문이다. 이듬해부터 구원투수로 나섰고, 2018년엔 마무리를 맡아 27세이브(3위)를 기록했다.

정찬헌이 선발로 돌아선 건 부상 때문이다. 지난해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했는데, 허리 통증으로 5월 말 시즌을 마감했다. 그리고 수술대에 올랐다. 팔꿈치 인대접합, 경추와 팔꿈치 뼛조각 제거, 디스크 등 수술이라면 이골이 난 그였다. 틀림없는 또 한 번의 악재였다.

최일언 투수코치가 류중일 감독에게 정찬헌의 보직 변경을 제안했다. 지난해 고우석이라는 새로운 소방수가 나타났고, 연투도 어려운 상황이라 선발이 낫다고 판단해서다. 복귀한 지 얼마 안 되는 만큼 신인 이민호와 번갈아 5선발로 뛰게 됐다. 열흘에 한 번 등장하는 이유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정찬헌은 올 시즌 7경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2.62이다. 4승은 팀 내 다승 공동 1위다. 첫 등판인 5월 7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패전투수가 된 이후, 6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다. 물론 팀도 이겼다. 이민호(2승2패, 평균자책점 1.62)와 ‘둘이서 10승을 합작하자’고 했는데, 벌써 6승이다.

지난달 27일 SK 와이번스전에서는 대기록도 세울 뻔했다. 9회 1사까지 무안타였다. 한국인 투수가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건 2000년 송진우(한화)가 마지막이다. 김경호에게 안타를 맞는 등 3피안타로 하마터면 역전패를 당할 뻔했다. 다행히 남은 아웃 카운트 2개를 마저 잡아내고 생애 첫 완봉승을 따냈다.

정찬헌의 승리가 더욱 소중한 건 팀의 위기 때마다 나와서다. LG는 최근 부상 선수가 속출해 타선에 힘이 빠졌다. SK전 전까지 7연패였다. 정찬헌이 연패 사슬을 끊었다. 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6이닝 2실점 했다.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팀의 4연패 탈출에 주춧돌을 놨다. ‘실질적’ ‘사실상’ 에이스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2015년 정찬헌의 직구 평균 속도는 시속 146.0㎞(스탯티즈 기준)였다. 올 시즌은 141.6㎞로 느려졌다. 대신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섯 가지 구종을 던진다. 구속과 삼진 욕심을 버리면서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투구한다. 팔 각도를 낮추고, 낮게 던져 장타를 피하는 전략이 통했다. 정찬헌은 “어차피 구속을 내 봐야 그 정도다. 힘들이지 않고 던지니 제구가 더 잘 된다”며 웃었다.

등판 간격이 여유 있지만,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정찬헌은 “경기 감각이나 집중도 면에서는 힘든 것도 있다. 하지만 몸을 회복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남보다 더 배려받으니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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