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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에 사라진 불법시설···수락산 계곡, 모래사장 생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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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수락산 계곡은 2년 전 여름까지만 해도 50여년 동안 불법 시설물이 계곡을 뒤덮다시피 해왔다. 수영장, 물가 자리 평상·좌대, 음식점 등의 불법시설이 점령하고 있었다. 시민과 행락객은 마땅히 쉴 곳이 없었다. 이런 불법 시설물은 지난해 8월 싹 철거됐다. 계곡 물길을 가로막았던 물막이 시설도 치워졌다.

제 모습을 드러낸 계곡에선 맑은 계곡수가 흐르고 있다. 주변엔 화장실도 마련됐다. 탁 트인 물가 자리에는 계곡을 찾은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계곡 가장자리 물속에서는 피라미도 돌아왔다. 이랬던 수락산 계곡이 바닷가처럼 백사장을 갖춘 ‘청학 비치’로 한 번 더 탈바꿈해 지난 1일 개장됐다.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수락산 계곡의 정비 전 모습. [사진 남양주시]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수락산 계곡의 정비 전 모습. [사진 남양주시]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수락산 계곡의 정비 후 모습. [사진 남양주시]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수락산 계곡의 정비 후 모습. [사진 남양주시]

남양주시는 지난 3월부터 15억여 원을 들여 이곳을 해수욕장 느낌의 시민정원으로 조성했다. 청학 비치에는 길이 160m, 폭 4∼15m 규모의 모래사장이 조성됐다. 백사와 황사가 펼쳐진 모래사장 옆에 둥근 자갈까지 깔려 해변 정취가 물씬하다.

광장, 푸드트럭 존도 마련 

너른 바위 2개와 돌의자 15개 등 친수시설과 함께 6800㎡ 규모의 광장, 푸드트럭 존 2곳 등 휴양시설도 마련됐다. 주변에는 180면 규모의 주차장, 화장실, 접근로 등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남양주시는 사업을 마치고 안전과 환경 관리를 위해 상시 인력 4명을 배치했다. 청학 비치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취사나 야영은 할 수 없고 조리된 음식만 가져갈 수 있다.

지난 1일 정비를 마치고 ‘청학 비치’가 개장된 남양주시 수락산 계곡. [사진 남양주시]

지난 1일 정비를 마치고 ‘청학 비치’가 개장된 남양주시 수락산 계곡. [사진 남양주시]

남양주시는 2018년 10월 하천과 계곡의 불법 영업을 단속하는 전담반(TF)을 출범, 우선 청학천, 구운천, 팔현천, 묘적천 등 4곳을 정비하기로 했다. 음식점 업주를 지속해서 설득했고 지난해 3월에는 시민들이 나서 ‘깨끗한 하천 가꾸기’를 선언하며 동참했다.

남양주시, 주요 하천·계곡 정비 완료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지난해 남양주시는 별내면 청학천(수락산 계곡), 오남읍 팔현천(은항아리 계곡), 와부읍 월문천(묘적사 계곡), 수동면 구운천(수동 계곡) 등 4개 하천과 계곡의 82개 업소가 설치한 불법 시설물 1105개와 2260t의 폐기물을 철거했다”고 말했다. 조 시장은 “시는 이 가운데 청학 비치는 남양주시 하천정비 사업(정원화 사업)의 첫 번째 프로젝트이자 전국 최초로 하천과 계곡의 불법시설들을 정리하고 공공재인 하천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준 사례”라고 소개했다.

남양주시는 이곳을 ‘로컬택트 스페이스 1호’로 정했다. 로컬택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접촉을 피하자는 ‘언택트’와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온택트’에 이은 새로운 개념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집 근처에서 안전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즐기는 여가생활을 말한다. 시는 하반기 이석영 광장 역사체험관, 역사문화 둘레길, 이석영 뉴미디어 도서관 등 로컬택트 스페이스를 잇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경기도, 190개 계곡·하천 정비  

한편 경기도는 지난 1년간 25개 시·군 190개 계곡·하천의 불법 시설물 1482곳을 적발해 주거시설 50곳과 집행정지명령 3곳, 신규 적발 38곳을 제외한 94%의 시설에 대한 철거를 완료했다. 경기도는 이달까지 시설물 정비를 마친 뒤 하천감시원과 하천계곡지킴이 등의 인력을 활용해 쓰레기 처리와 불법 시설물 재발 방지 감시 활동을 벌이는 등 사후관리에도 힘쓸 방침이다.

불법시설을 철거한 지역에는 지역경제 및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편의시설을 지원한다. 경기도는 올해 620억원을 들여 친환경 산책로, 수변 데크, 휴식공간, 화장실, 주차장 등의 시설을 건립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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