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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부자, 이성곤·정해영·유민상·강진성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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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올 시즌 프로야구 2세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왼쪽부터 이성곤-이순철(작은 사진), 정해영-정회열, 유민상-유승안, 강진성-강광회 부자. [연합뉴스, 중앙포토, 사진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올 시즌 프로야구 2세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왼쪽부터 이성곤-이순철(작은 사진), 정해영-정회열, 유민상-유승안, 강진성-강광회 부자. [연합뉴스, 중앙포토, 사진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프로야구 KBO리그에 선수 2세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1982년 출범한 KBO리그는 어느새 38년 차다. 아버지 뒤를 잇는 선수들이 대거 늘었고, 이들이 이제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프로야구 2세 선수 전성시대 #출범 38년 만에 아들 세대 맹활약 #이정후·박세혁 등부터 주목받아 #‘아버지와 비교’ 부담 공유·응원도

올해는 이순철(59) 해설위원 아들 이성곤(28·삼성 라이온즈)이 화제다. 외야수 이성곤은 지난달 26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홈런을 날렸다. 프로 데뷔 7년 만에 기록한 1군 무대 첫 홈런이다. 다음 날 롯데전에서 또 홈런을 쳤다. 이성곤은 올해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18경기)에 출전했다. 타율도 0.375다. 이성곤에게 이런 해 뜬 날이 올 거라고는 아버지 이 위원도 예상치 못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2014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이성곤은 경찰청에서 복무했다. 2018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지난해까지 1군에서는 30경기 출전했고, 타율은 0.193이었다. 아버지 이 위원은 1980, 90년대 해태 타이거즈 왕조를 이끈 외야수였다. 해태 레전드 선동열(57)과 이종범(50)도 받지 못한 신인상(1985년)도 받았다.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는 2004~06년 LG 트윈스 감독도 지냈다.

이순철은 쓴소리를 잘하는 해설위원으로 유명하다. 아들에게도 예외가 없다. “성곤이가 재능이 그렇게 뛰어나진 않다”, “욕심은 넘치는데 부지런함은 좀 떨어지는 것 같다” 등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아들의 늦깎이 활약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고졸 신인 우완 투수 정해영(19·KIA 타이거즈)의 아버지는 해태 포수였던 정회열(52) 전 KIA 수석코치다. 정 전 코치는 1990년 해태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정해영도 올해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했다. 키 1m89㎝, 몸무게 98㎏로 체격이 좋은 정해영은 KIA가 기대하는 차세대 투수다.

정해영은 1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1-3으로 뒤진 9회 초에 등판했다. 1군 첫 경기였지만, 주눅 들지 않고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9회 말 타선이 터지면서 KIA는 4-3으로 역전했고, 정해영은 첫 승을 거뒀다. 고졸 신인이 데뷔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건, 역대 21번째다. 정해영은 경기 후 “아빠, 나 승리했어”라고 외치며 기뻐했다.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명포수 유승안(64) 전 경찰야구단 감독의 두 아들 유원상(34·KT 위즈), 유민상(31·KIA)도 꾸준히 활약한다. 우완 투수 유원상은 2006년 한화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고, LG와 NC 다이노스 등을 거쳤다. 올해는 KT 유니폼을 입고 불펜투수로 5홀드,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활약 중이다. 동생인 내야수 유민상은 형보다 덜 주목받았는데, 올해 만개했다. 1일까지 36경기에 나와 타율 0.321, 3홈런, 24타점이다. 프로 9년 만에 가장 좋은 기록이다. 유 전 감독은 “민상이가 형 그늘에 가렸는데, 이제야 실력을 발휘해 다행”이라며 웃었다.

올해 NC의 ‘히트상품’인 외야수 강진성(27)은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강광회(52) 심판의 아들이다. 강 심판은 NC 경기 주심은 보지 못한다. 1990년대 태평양 돌핀스와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뛴 강 심판의 통산 출전 경기 수는 34경기였다. 2013년 1군에 데뷔한 강진성은 벌써 161경기에 나왔다. 올해는 주전 자리를 꿰찼고, 타율 0.374(3위), 9홈런(10위), 36타점(9위) 등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 2세가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건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22·키움 히어로즈) 등장부터다. 프로 4년 차인 이정후는 신인상, 골든글러브 등 굵직한 상을 휩쓸었다. 데뷔 시즌부터 꾸준히 3할대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벌써 7홈런으로 장타력까지 추가했다. 벌써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두산 주전 포수 박세혁(27)이 팀을 통합우승으로 이끌어 주목받았다. 박세혁의 아버지는 해태 왕조의 일원으로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도 차지했던 박철우(56) 두산 2군 감독이다.

2세 선수는 아버지 후광으로 팬들에게 일찍 주목받는다. 그만큼 힘든 점도 있다. 아버지와 비교되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아버지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2세 선수가 많아지면서 이들은 서로 고민을 공유하고 응원하며 부담을 덜고 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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