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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새 전셋값 5억 뛰었다, 헬리오시티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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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018년 말 준공한 서울 가락동 헬리오시티에서 2년간 전셋값(전용면적 84㎡)이 5억원가량 올랐다. 사진은 헬리오시티 단지 내부의 모습. [뉴스1]

2018년 말 준공한 서울 가락동 헬리오시티에서 2년간 전셋값(전용면적 84㎡)이 5억원가량 올랐다. 사진은 헬리오시티 단지 내부의 모습. [뉴스1]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헬리오시티는 9500여 가구의 초대형 아파트 단지다. 2018년 말 준공 직후 전세로 들어갔다면 올해 말 2년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지난달 17일 확정일자를 신고한 전용면적 49㎡짜리의 전셋값은 8억2000만원이었다. 지난 5월 9일(6억3000만원)과 비교하면 한 달 새 2억원가량 올랐다. 준공 전이었던 2018년 8월에는 4억2000만원에도 거래됐던 곳이다.

강남 새 아파트 전셋값 폭등세 #49㎡도 한달새 2억 올라 8억 계약 #서초 84㎡ 2년전 8.8억→최고 12억 #‘2년 거주 의무화’에 전세난 가중

같은 단지의 84㎡짜리 전세는 최근 보증금 10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2018년 8월에는 5억8500만원이었다. 약 2년 만에 5억원가량 올랐다.

헬리오시티에서 전세로 사는 김모씨는 “입주 때 좀 저렴하게 들어왔다 싶었는데 그사이 이렇게 (전셋값이) 폭등할지 생각지 못했다”며 “오른 보증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대단지 새 아파트는 입주 2년째가 되면 전셋값이 크게 오르는 경우가 자주 있다. 입주 초기에는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기 때문에 세입자 입장에선 비교적 싼 값에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2년 재계약 시점이 되면 집주인이 우위에 서는 시장으로 바뀐다. 특히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에선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헬리오시티

헬리오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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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서초동 래미안서초에스티지S는 2018년 초 입주했다. 전용면적 84㎡짜리 전셋값은 지난 4~6월 평균 10억9000만원 수준이었다. 2년 전(평균 8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2억원 이상 뛰었다. 2년 전에는 전셋값이 최저 7억8000만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올해 최고가는 12억3000만원이다. 이 기간 집값은 18억에서 22억원으로 상승했다.

강남권에서 새 아파트가 ‘귀한 몸’이 된 것도 전셋값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8년 말 헬리오시티 이후 강남권에선 새 아파트의 입주 물량이 적은 편이다. 서울 전체의 연간 아파트 입주 물량에서 강남권은 통상 20~30%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지난해 10%대, 올해는 10% 미만으로 낮아졌다. 국토교통부의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 1~6월 서울에선 2만7000가구가 입주했다. 이 중 강남권은 2100여 가구(8%)였다.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달 6·17 부동산 대책에서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이 지역에서 집을 사려면 반드시 집주인이 2년간 실제 거주해야 한다. 정부는 또 재건축 단지에서 2년 이상 거주하지 않은 집주인에겐 새 아파트의 분양권을 주지 않는 내용으로 법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아직 2년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들어가 살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의도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런 식의 규제는 결국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세 공급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2017년 8·2 부동산 대책에서 나온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강화도 올해부터 입주하는 새 아파트의 전세 공급을 줄이는 요인이다. 그전에는 집주인이 직접 살지 않고 2년 이상 갖고 있기만 해도 양도세를 면제받았다. 하지만 8·2 대책 이후에는 ‘2년 거주’ 요건까지 채워야 양도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2017년 8월 이후 분양했던 아파트 단지는 올해 본격적으로 입주가 이뤄진다.

김종필 세무사는 “9억원 초과 1주택 소유자가 양도세의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받을 때도 거주 요건이 추가됐다. 새 아파트에 집주인의 입주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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