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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 자갈치시장'이라더니…황량한 괴산 수산단지, 꽃 심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매운탕 집 6개월 매출 2000만원…빈 수조 방치 

충북 괴산군에 있는 수산식품산업거점단지에 입주한 식당 6곳 중 5곳은 장사가 되지 않아 휴업 중이다. 최종권 기자

충북 괴산군에 있는 수산식품산업거점단지에 입주한 식당 6곳 중 5곳은 장사가 되지 않아 휴업 중이다. 최종권 기자

지난달 30일 낮 12시 충북 괴산군 괴산읍 대덕리에 있는 수산식품산업거점단지. ‘횟집’, ‘매운탕’ 등 간판이 달린 식당 6곳 중 5곳은 문이 잠겨있었다. 식당 앞에 놓인 수조는 텅 빈 채 방치돼 있었다. 점심시간임에도 주차장에 차를 댄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홀로 식당가를 지키던 김모(56)씨는 “장사가 되지 않아 다른 가게는 문을 닫고 휴업한 상태”라며 “우리 가게는 단골이 가끔 찾아와 대접하고 있지만, 연말까지 이런 상태가 지속하면 가게를 접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발 길 끊긴 전국 최초 내륙 수산식품산업단지 #식당가 6곳 중 5곳 문 닫아…입주 업체도 불만 #볼 거리 없자 찾는 손님 없어, 활성화 미지수 #민물고기 전시관·직판장 내년 말 건립 예정

 김씨는 35년 경력의 내수면 어업 종사자다. 직접 잡은 물고기로 대덕리 매운탕 거리에서 줄곧 장사하다 수산단지 개장 6개월 전인 2018년 11월 이곳에 입주했다. 김씨는 “수산물 시장과 전시관, 가공 공장이 생기면 사람들이 많이 보러올 줄 알고 자리를 옮겼다”며 “막상 와보니 공장 몇 개와 어류 연구시설밖에 없었다. 수산물 직판장이 없으니 식당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김씨의 매출은 2000만원에 불과하다. 김씨는 “여름철 관광객 특수도 코로나 여파로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충북 수산식품산업거점단지는 내륙의 ‘자갈치 시장’을 목표로 조성한 복합단지다. 연면적 7만5623㎡ 규모에 가공시설 4곳과 식당 6곳, 내수면연구소 사무실, 쏘가리 양식 연구동 등을 갖췄다. 2013년부터 6년간 국비와 충북도 예산 등 230억원을 투입됐다.

충북도 “신선한 수산물 소비·체험” 홍보

지난해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한 충북 수산식품산업거점단지는 아직 수산물 판매장과 전시관, 제2식당 건물이 들어서지 않았다. 곳곳에 공터가 많다. 최종권 기자

지난해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한 충북 수산식품산업거점단지는 아직 수산물 판매장과 전시관, 제2식당 건물이 들어서지 않았다. 곳곳에 공터가 많다. 최종권 기자

 이 단지는 역발상 행정으로 주목받았다. 바다가 없는 내륙에 부산과 인천에서나 볼 수 있는 수산물 가공업체를 유치해 지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산물 직판장에서 민물고기 등을 팔겠다는 구상이었다. 쏘가리 양식장과 민물고기 전시관을 찾은 관광객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도 갖췄다. 충북도는 개장 당시 “신선한 수산물을 현장에서 소비, 체험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꾸미겠다”고 홍보했다.

 현장에서 본 수산식품산업거점단지는 애초 건립 취지와 크게 벗어나 있었다. 식당가 앞에 있어야 할 수산물직판장은 아직 짓지 않아 공터로 남아있었다. 민물고기 전시관 역시 없었다. 단지에 입주한 수산물 가공 업체 4곳 중 2곳은 김 제조 업체, 1곳은 해물다시팩을 만드는 업체다. 바다송어 가공을 목적으로 입주한 한 업체는 간판만 붙은 채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입주업체 김모(54)씨는 “지난해 6월 공장 허가를 받고 연말에 기계를 들어왔으나, 가정용 전기가 들어와 일부 기계를 한참 동안 운영을 하지 못했다”며 “단지 관리자에게 항의한 뒤 지난 4월에야 고압 전력을 끌어와 공장을 정상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있으면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팔려고 입주했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수산물 직판장도 없어 도매가에 물건을 넘길 상인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곳곳에 공터…진입로 개설, 꽃길 조성 고심

충북 괴산군 괴산읍 대덕리에 있는 수산식품산업거점단지에 입주한 수산물 가공공장. 최종권 기자

충북 괴산군 괴산읍 대덕리에 있는 수산식품산업거점단지에 입주한 수산물 가공공장. 최종권 기자

 이시종 충북지사는 최근 수산식품산업단지를 둘러 본 뒤 “코로나 등으로 단지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활성화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현재 설계 중인 38억원 규모의 민물고기 전시관을 아이들이 찾을 수 있는 아쿠아리움으로 지을 것을 지시했다. 올해 말 단지 인근에 조성할 스마트 양식장과 연계하는 방법도 주문했다.

 충북도에 따르면 수산물 직판장과 아쿠아리움은 내년 말에나 건립이 가능하다. 안호 충북도 축수산과장은 “수산물 가공공장과 판매장, 전시관 등 관광시설, 식당이 한 번에 갖춰져야 수산식품단지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단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진입로를 들어오기 쉽게 만들고, 공터에는 꽃을 심어 관광객이 쉬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괴산=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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