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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공수처 협조 안하면 법 개정"…주호영 "비토권 빼앗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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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벗는 이해찬 대표  [연합뉴스]

마스크 벗는 이해찬 대표 [연합뉴스]

야당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추천 거부권 존속 여부를 놓고 여야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현행 공수처법은 야당이 반대하면 공수처장을 추천할 수 없는 구조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특단의 대책”을 언급하면서, 통합당에선 민주당이 조만간 공수처법을 개정해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할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공수처법(6조)에는 야당의 비토권이 명시돼 있다. 7명의 처장 후보 추천위원은 정부·여당 인사 4명(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여당 추천 2명)과 대한변협회장, ‘여당 외 교섭단체(통합당이 유일)’ 추천 2명으로 구성된다. 공수처법에는 “후보 추천은 위원 6인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어 통합당 추천 인사만 반대해도 후보 추천을 할 수 없는 구조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에선 “현재 공수처법을 개정하거나 그럴 계획은 전혀 없다”(김영진 원내수석)는 게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에선 “공수처 출범을 방해한다면, 법 개정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서라도 할 것”(지난달 29일)이라는 이해찬 대표의 발언에 더 주목한다. 공수처법 실무를 도맡아온 백혜련 의원 역시 “일단 통합당이 협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면서도 “끝까지 협조하지 않으면 결국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출범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지난달 30일)이라고 했다.

민주주의 붕괴 리본 단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연밯뉴스]

민주주의 붕괴 리본 단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연밯뉴스]

이에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수처법을 당장 고쳐 야당의 비토권을 빼앗겠다’는 게 이해찬 대표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 인터뷰에서도 “여당이 우호 야당(교섭단체)이 하나 더 생길 거로 생각했다가 예상과 다르자 야당 추천권을 빼앗겠다고 한다. 안하무인, 무소불위”라고 비판했다.

20대 국회에서 공수처법 심사에 참여했던 통합당 의원은 “여당의 분위기를 보면 7~8월쯤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고 주장한 뒤 종국에는 야당의 거부권을 없애는 쪽으로 법을 개정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응 전략을 고심할 때”라고 말했다.

실제 법 개정이 가시화되면 야당은 반발은 더 커질 공산이 크다. ‘야당의 거부권’이 지난해 4월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당시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핵심 논거가 됐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지난해 4월 29일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상정하는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법안 제안설명을 할 때도 중요하게 언급됐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수처장에 대해 국회가 실질적 거부권 갖도록 한다”(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는 내용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월 15일 열린 사개특위 검·경 소위원회 회의에서 여당 역시 이를 강조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공수처장의 임명 절차와 관련해서 정치적 중립성을 그렇게 해하는 안으로 되어 있는 것은 없다. 대통령의 임명권은 사실 거의 형해화되어 있다”며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게 처장을 임명하도록 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야당을 설득했다.

법 개정이 가시화될 경우 여당의 정치적 부담 역시 만만치 않은 만큼 눈치 싸움도 치열하다. ‘야당이 협조하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여당과 ‘의회 독재를 멈추라’는 야당의 명분 쌓기가 서로 맞부딪히는 구도다. 1일 라디오에선 김종민 민주당 의원과 조해진 통합당 의원 사이 벌어진 언쟁도 비슷한 구도였다. 조 의원이 “여당이 공수처 견제장치 회수를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하자, 김 의원은 “사실이 아니다. 특단의 조치라고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조 의원이 “민주당에서 계속 얘기를 하고 있다”고 하자, 김 의원은 “야당이 협의를 안 하면이란 전제가 있는 것”이라고 맞섰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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