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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건 두 외부자문 '초유의 일'…시험대 선 윤석열 리더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검찰총장이 6월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6월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섰다.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대해 두 개의 외부 자문기구가 동시에 논의를 진행하는 초유의 상황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외부기구 또한 엇갈린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의 지휘·감독이 핵심인 만큼 원칙에 따라 소신 있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자문단·심의위 진행

전문수사자문단 개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전문수사자문단 개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윤 총장은 채널A 강요미수 의혹과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자문단)을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14일 채널A 이모 기자가 자문단 소집을 요청한 것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대검과 수사팀 사이 이견이 있는 상황을 고려해 신중한 지휘·감독을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자문단은 구성 단계서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대검은 수사팀에 위원 추천을 요청했지만, 수사팀이 이에 불응했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자문단 반대 의견을 지속해서 전달했고 “관련 절차를 중단해 달라”며 입장을 밝혔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에서도 의혹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는 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검찰에 냈고, 검찰시민위원회를 거쳐 수사심의위가 열릴 예정이다. 수사팀은 심의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법률 전문가들과 일반 시민위원, 각각 논의

수사심의위원회 개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수사심의위원회 개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수사심의위는 법조계·학계·언론계·시민단체 등 시민위원 250명 중 무작위 추첨을 통해 추려진 15명이 참여한다. 자문단은 검사 또는 법률 전문가 7~13명으로 꾸려지므로, 심의위와는 구성이 다르다.

자문단에는 검사 등 검찰 내부 인사가 참여할 수 있지만, 심의위는 시민 위원 중 무작위로 선발된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다. 이에 따라 한 사건에 대해 두 외부 자문기구의 결론이 서로 다르게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 수사 지속 여부 등 쟁점에 대해서 각각의 논의 내용과 시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문단과 심의위 모두 권고적 효력만을 갖고 있다. 양 기구의 의견이 갈린다 하더라도 최종 결정은 검찰총장이 내려야 한다.

자문단과 심의위가 모두 수사를 계속할 것을 권고할 경우 수사팀은 계속 수사를 진행할 명분과 정당성을 얻게 된다. 반대로 수사 중단 권고가 일치하게 된다면 대검 측의 ‘혐의 불성립’ 의견이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양측의 권고가 엇갈리면 윤 총장으로서는 어느 한 쪽의 의견만을 선택해야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법조계 “윤석열, 결단 보여줘야”…리더십 촉구

윤석열 검찰총장이 2월20일 오후 광주고등·지방검찰청에 들어서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월20일 오후 광주고등·지방검찰청에 들어서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윤 총장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문단과 심의위 의견을 모두 고려하면서도 ‘내홍’이 생기지 않도록 조직을 잘 추슬러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두 기구의 의견이 일치될 경우 윤 총장은 자문을 받아들이고, 그간 대검과 수사팀 사이 불거진 갈등 상황을 봉합해야 한다”고 1일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어떤 결정이 최종적으로 내려지든 검찰 내부에서 이견으로 대립하는 분위기가 빚어질 수도 있다. 그럴 때 윤 총장은 리더십을 발휘해서 조직 내 분위기를 잘 추슬러야 한다”고 전했다.

양 기구의 의견이 서로 엇갈리게 될 경우에는 윤 총장이 원칙에 따른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른 비판 여론은 스스로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외부 기구에서 각각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윤 총장은 원칙에 따라 소신껏 결정해야 한다”며 “그로 인해 조직 안팎으로부터 상처를 입더라도, 그것이 검찰총장이 가져야 할 자세”라고 설명했다.

글 =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기자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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