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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우승 트로피 거머쥔 더스틴 존슨, 어느덧 13년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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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5번 홀에서 해저드의 페널티 구역 경사면에 박힌 공을 처리하기 위해 양말과 신발을 벗은 존슨. 이 홀을 파로 막았다. [AFP=연합뉴스]

15번 홀에서 해저드의 페널티 구역 경사면에 박힌 공을 처리하기 위해 양말과 신발을 벗은 존슨. 이 홀을 파로 막았다. [AFP=연합뉴스]

29일(한국시각)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TPC 리버 하일랜즈.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2위와 2타 차 선두인 더스틴 존슨(36·미국)의 15번 홀(파4) 티샷이 왼쪽 해저드의 페널티 구역 경사면에 박혔다. 공을 보며 한참 고민하던 존슨은 신발과 양말을 벗었다. 그리고는 물에 들어가 샷을 시도했다. 세 번째 샷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린 그는 1퍼트로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코스 바깥에서 환호를 보낸 몇몇 팬을 향해 존슨은 잠시 손을 흔드는 여유를 보였다.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서 통산 21승 #2008년 데뷔 이래 매 시즌 우승 #우즈·니클라우스 대기록에 합류 #“다음 우승 오래 안 기다리게 할 것”

최종 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합계 19언더파를 기록한 존슨은 케빈 스트릴먼(미국·18언더파)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PGA 투어 개인 통산 21승째다. 지난해 2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 챔피언십 이후 1년4개월 만의 PGA 투어 우승, 상금은 133만2000 달러(약 16억원)다. 이런 우승 장면을 매 시즌 보여줬던 존슨은 연속 시즌 우승 기록을 13으로 늘렸다. 존슨은 “늘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만큼 꾸준했던 우승에 당연히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존슨은 22일 36번째 생일을 맞았다. 그는 2000년대 데뷔한 미국 프로골퍼 중 많은 걸 이룬 골퍼로 꼽힌다. 키 1m93㎝의 큰 체구에 남보다 빠른 스윙 스피드로 매 시즌 평균 300야드를 훌쩍 넘기는 장타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2017년 2월 처음 세계 1위에 오른 존슨은 91주 동안 남자 골프 세계 톱에 올랐다.

더스틴 존슨

더스틴 존슨

2008년 PGA 투어에 데뷔한 존슨은, 특히 그해 10월 터닝 스톤 리조트 챔피언십 우승을 시작으로 매 시즌 1승 이상 거두는 꾸준함이 자랑이다. 존슨처럼 데뷔부터 13시즌 연속으로 매 시즌 PGA 투어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선수는 ‘전설’ 잭 니클라우스(80·미국)와 타이거 우즈(45·미국)뿐이다. PGA 투어 전체를 통틀어서도 니클라우스와 아널드 파머(이상 17년), 빌리 캐스퍼(16년), 우즈와 리 트레비노(14년) 등 5명 만이 존슨보다 긴 연속 시즌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존슨보다 훨씬 많이 우승한 샘 스니드(82승·11년 연속), 벤 호건(64승·9년 연속), 필 미켈슨(44승·10년 연속)도 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미국 골프채널은 존슨을 ‘PGA 투어에서 가장 꾸준한 우승자’라고 표현했다. 존슨은 “(내 이름이) 그들의 이름과 함께 언급돼 좋다.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존슨도 사실 올 시즌 들어 어려움을 겪었다. 2011년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던 존슨은 지난해 9월에는 왼쪽 무릎을 수술했다. 지난해 5월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 준우승 이후 별다른 성적이 없던 그는 수술 후 3개월간의 회복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프레지던츠컵을 통해 복귀했다.

위력적인 모습을 되찾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했다. 이달 초 시즌 재개 후 첫 대회였던 찰스 슈왑 챌린지에선 컷 탈락도 맛봤다. 2016년 6월부터 세계 톱 5를 지켜왔던 존슨은 22일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6위로 내려갔다. 4년 만에 처음 톱 5 바깥으로 밀렸다.

반전이 필요한 순간에 존슨은 기사회생했다. 원래 존슨은 샷을 최대한 멀리 날려 퍼트 등 부족한 쇼트 게임을 만회하는 스타일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그는 최근 3주 연속으로 자신에게 맞는 퍼터를 바꿔가며 대회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이번 대회 3·4라운드에서 퍼트로 살아났다. 3라운드에선 버디 9개로 9언더파를 쳐 데뷔 후 가장 좋은 18홀 스코어를 적어냈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존슨은 결정적 순간마다 5~7.5m 버디 퍼트를 넣어 경쟁자의 추격을 따돌렸다. 13번 홀(파5)에서는 티샷이 OB(아웃 오브 바운즈)가 났다. 맨발 투혼에, 낙뢰 주의보로 경기가 1시간가량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악조건을 이겨낸 비결이 퍼트였다.

존슨은 “오랜만의 우승에 흥분됐다. 20승 이후 21승까지 시간이 길었다. 다음 우승까지는 오래 기다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존슨의 21승은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회원인 데이비스 러브 3세(56·미국)와 같은 PGA 투어 통산 공동 30위 기록이다. 세계 랭킹 톱 5에도 재진입했다. 이날 오후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존슨은 지난주보다 3계단 위인 3위로 올라섰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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