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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은 감소, 접속은 확대…보이는 관리는 줄어도 디지털 통제는 더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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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포스트코로나 대변혁이 온다 ⑥ 근무 형태 변화

전병유 교수

전병유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도 ‘일의 미래’는 시대의 화두였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줄이고 디지털 플랫폼이 새로운 비정형 일자리만 늘릴 것이라는 담론이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확산 속도가 느리다. 돈이 많이 들고 데이터는 부족하고 타성과 관행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병유 교수가 본 재택근무시대 #회사와 종업원 사이 신뢰 높여야 #기업 효율성, 노동자 만족도 올라

그런데 코로나19는 비대면 경제활동을 촉진함으로써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다. 오프라인 일상의 공간은 축소되는 반면 디지털 공간은 확대했다. 무인서비스를 더 선호하고 전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안전한 디지털 전환 투자가 늘어난다. 화상회의, 원격접속, 협력 소프트웨어(SW)가 일상이 된다. 로봇은 더 정교해지고, 알고리즘의 패턴 인식 능력은 증가한다. 전쟁은 자동화를 줄인다지만, 전쟁 같은 코로나 불황은 자동화를 촉진한다. ‘일의 미래’가 ‘현재의 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1980년대에 이미 앨빈 토플러가 예견했던 ‘지식근로자들의 전자 오두막’, 재택근무도 확산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재택근무는 관계 지향보다는 업무 지향을 강조해 능력주의를 확산시키고, 불필요한 회의나 대면 접촉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고 값비싼 사무실 비용을 줄인다. 그러나 대면 접촉에서 오는 창의성과 혁신이 줄어들 수 있고 협력적 팀 작업이 어려울 수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말대로, 정해지지 않은 시간과 공간에서의 불특정한 만남에서 창의성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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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쇼어 보스턴대 교수의 실험 연구는 과도한 집단 협업과 높은 수준의 연결성(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이 정보의 탐색에는 효과적이지만,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는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과도한 접촉이나 접속보다는 짧고 간헐적인 소통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개인적인 집중 업무를 하는 재택근무와 작업 공간에서의 협력 작업을 시공간적으로 적절하게 섞는 것이 최선으로 판단된다. 코로나19 이후 ‘일의 미래’의 주요 과제는 작업장 협업과 재택근무의 최적 균형을 찾는 것이다. 재택근무에 대해 기성세대는 불편해하고 젊은이는 속으로 웃을 수 있다. 또 기업 내 권력과 통제 관계는 상당히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접촉이 줄어도 접속은 확대되고, 상사는 항상 부하들과 시도 때도 없이 접속하고 싶어 한다. 코로나19 방역을 계기로 기업은 종업원의 개인 정보와 일하는 방식에 대한 데이터를 더 축적하고 활용할 것이며, 원격으로 더 밀접하게 모니터링하는 디지털 기술도 발전할 것이다. ‘보이는 관리’는 줄어도 디지털 통제는 더 강화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감시·통제가 무조건 기업의 효율성과 노동자의 만족도를 높인다고 보기 어렵다.

통제 기반의 시스템을 진정한 자율 기반의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은 회사와 종업원의 신뢰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일에 대한 권력과 통제를, 일에 대한 신뢰로 전환하는 것도 코로나19 이후 ‘일의 미래’의 과제다.

전병유 한신대 경제학 교수·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중앙일보·정책기획위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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