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산 유치원 CCTV·급식 장부 확보…경찰, 식중독 전후 6일간 상황 추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경찰이 29일 안산시 한 사립유치원에서 압수수색 물품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경찰이 29일 안산시 한 사립유치원에서 압수수색 물품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경찰이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안산시 A유치원으로부터 폐쇄회로TV(CCTV) 영상 등을 제출받으면서 수사를 본격화했다. 경찰은 이를 분석해 방과 후 간식 보존식이 남아있지 않은 이유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햄버거병 증세 16명 중 4명 투석치료

29일 안산상록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A유치원에 수사관 5명을 보내 한 달치 CCTV 영상과 급식 관련 장부를 포함한 유치원 운영 관련 장부 등 32건을 확보했다. 경찰은 자료 분석을 통해 식중독 사건 발생 전후인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유치원 내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추적할 계획이다.

이번 수사는 전날 A유치원 학부모 6명이 유치원 원장을 식품위생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A유치원은 급식으로 제공된 식품을 144시간 동안 보관해야 하는 법률에 따라 대부분의 보존식은 남겼으나, 간식 등 일부 메뉴는 보관하지 않았다. 궁중떡볶이(10일 간식), 우엉채 조림(11일 점심), 찐 감자와 수박(11일 간식), 프렌치토스트(12일 간식), 아욱 된장국(15일 점심), 군만두와 바나나(15일 간식) 등이다.

보건당국 조사 결과 조리 도구나 문고리, 놀이도구 등에선 대장균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학부모들은 “A유치원이 보존식을 일부 보관하지 않은 게 증거 인멸은 아닌지 조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A유치원 원장은 지난 27일 학부모들에게 “급식은 보존식으로 보관했지만 간식은 보관하지 못했다”며 “고의로 폐기한 게 아니라 모르고 그랬다”고 해명한 바 있다.

A유치원은 원아와 가족 등 114명이 무더기로 식중독을 일으켰지만 아직 원인균을 찾지 못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가운데 58명은 장 출혈성 대장균이 검출됐다. 현재 21명(원아 19명, 가족 2명)이 입원 중인데 16명은 장 출혈성 대장균의 합병증이자 일명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 요독증후군(HUS) 의심 증상으로 치료받고 있다. 이 중 4명은 투석 치료 중이다.

현재 원장도 장 출혈성 대장균이 검출돼 자가격리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원장의 자가격리가 다음달 2일 끝난다고 한다. 재검사 후 이상이 없으면 4일 이후 조사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A유치원 자료를 분석한 뒤 필요시 추가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A유치원 폐쇄조치는 7월 8일까지 연장됐다.

한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오전 A유치원 사고와 관련 “간식은 법적으로 보존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방송에서 말했다가 논란이 되자 “식품위생법 규정과 유치원 업무 매뉴얼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며 사과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