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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라 안 돼요"…보험사, 앞으로 '묻지마 거부' 못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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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라 안 돼"…묻지마 거부 금지

앞으로 소방관 등 위험 직종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험사가 보험 가입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또 여러 종류의 질병을 가진 환자의 경우 가장 높은 입원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세부기준이 마련된다.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보험 약관 개선 내용을 29일 밝혔다.

금감원은 합리적 사유 없이 특정 직업에 종사한다는 사실만으로 보험가입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보험 표준사업방법서를 개정했다. 그동안 보험회사는 소방공무원·군인·택배 기사 등 일부 직업군을 '보험 가입 거절 직종'으로 분류하고 보험료 상승 등의 부작용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해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방·경찰 공무원들은 통상 단체보험으로 상해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며 "보험사에서도 소방관이라고 무조건 보험 가입을 거절하지 않으며 직업보다는 직무를 위주로 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검토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박종훈 금감원 금융상품심사국 팀장은 "소방관이든 경찰이든 무조건 보험을 가입시켜줘야 한다는 취지의 개정안이 아니다"며 "다만 직무에 따른 세밀한 위험도 분석 없이 특정 직업을 싸잡아 보험 가입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요지"라고 말했다.

표준사업방법서 개정안. 금감원

표준사업방법서 개정안. 금감원

입원보험금 받을 땐 '많이 주는 쪽'으로 

여러 종류의 질병을 동시에 가진 환자가 입원보험금을 청구할 때도 보험 회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잦았다. 보험회사는 입원 사유가 된 '주된 질병'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반면, 소비자는 가장 보험금이 많이 나오는 질병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신부전과 뇌혈관질환을 동시에 앓아 100일간 입원했던 환자가 있었다"며 "보험회사에서는 입·퇴원확인서 제일 앞에 기재된 신부전을 '주된 질병'으로 판단해 200만원만 지급했지만, 계약자는 보험금이 더 많이 나오는 뇌혈관질환을 기준으로 500만원 지급을 요구해 분쟁이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이처럼 두 종류 이상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한 경우 주된 질병과 부수적인 질병을 구분하지 않고 입원보험금이 가장 많이 나오는 질병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받게 된다.

단체보험사 바뀌어도 보장 그대로 

단체보험 보장도 강화된다. 그동안 단체 보험 주관 보험사가 바뀔 경우 질병·사고가 이전 보험사와의 계약 기간에 발생했다는 이유로 가입자가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이같은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지 못하게 된다. 금감원은 "피보험자가 갱신된 연속계약으로서의 보장을 누릴 수 있도록 단체보험에 제도성 특약을 의무 부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고지의무 위반 통지 내용이 구체화된다. 현행 생명보험 표준약관에 따르면 보험회사가 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을 해지할 때 '고지 의무 위반 사실'을 계약자에게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아 분쟁이 발생했다. 보험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어떤 귀책사유가 있어 계약이 해지됐는지 알지 못한 채 보험이 없어지는 셈이다. 앞으로는 가입자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지받을 경우 '내가 고지하지 않은 위반 사실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통지받게 된다.

이어 가입자가 금감원에 보험 관련 분쟁조정 신청을 하더라도 분쟁조정 기간의 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지연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약관이 개선된다. 현행 생명보험 표준약관은 가입자 측의 사유로 보험금 지급이 지연된 경우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금감원은 보험금 지연이자 지급 여부는 분쟁조정 신청과는 무관하다는 내용을 약관에 명확히 반영하기로 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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