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충남 태안군 안면읍 외도. 8가구 12명의 주민이 사는 섬에 양승조 충남지사와 가세로 태안군수가 방문했다. 육지에서 2.5㎞ 떨어진 외도는 ‘섬 밖의 외딴 섬’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삼과 바지락 양식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은 육지로 나가려면 개인 소유의 배를 타야 한다. 주민 수가 적어 자치단체나 민간기업이 여객선이 운항하지 않아서다.
양 지사는 “외도는 안타깝게도 여객선이 오가지 않아 운임 지원사업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해삼 투석사업 등 소득지원 방안을 확대하고 신규사업 발굴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2월, 충남 보령 원산도·효자도 시작 #28일 태안 외도·두지도 끝으로 대장정 끝내 #섬 주민 1109명 만나 건의사항 147건 들어 #양 지사 "섬 거주만으로도 나라 위해 큰 일"
외도에서 나온 양 지사는 안면읍 두지도로 이동했다. 해안선 길이가 800m에 불과한 작은 섬인 두지도에는 60대 부부가 살고 있다. 양 지사 일행은 바닷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고 부부와 점심을 먹었다. 이 자리에서 양 지사는 “고맙다”는 인사말을 건넸다. 외로운 섬 생활을 견디고 있는 부부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
두지도를 끝으로 양 지사는 충남 도내 30개 섬 방문을 모두 마쳤다. 지난 2월 27일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효자도를 시작으로 섬 방문을 시작한 양 지사는 1년 4개월(16개월)간 14차례에 걸쳐 29개 유인도와 1개 무인도를 모두 찾았다. 105시간 동안 뱃길 등 2393㎞를 이동했고 1109명의 주민과 만나 147건에 달하는 건의사항을 들었다.
섬 방문은 양 지사가 지난 2018년 7월 제38대 충남도지사로 취임하면서 약속한 사항이다. 그는 섬 주민은 도정에 직접 참여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임기 전반기(2년)가 지나기 전에 모든 섬을 찾아 주민을 만나겠다”고 강조했다. 섬에 거주하는 것만으로도 주민들이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한다는 게 양 지사의 생각이다.
양 지사는 주말과 휴일에만 섬을 찾았다. 평일에는 다른 결제와 다른 일정을 소화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실무진에선 “쉬는 날도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양 지사가“주민과 약속을 지키겠다”며 개인일정까지 취소하자 손과 발을 다 들었다고 한다.
지난달 24일 양 지사는 역대 충남도지사 가운데 처음으로 보령시 오천면 불모도를 찾기도 했다. 행정구역상 오천면 삽시 1리에 속하는 불모도는 0.21㎢의 면적에 해안선이 2.6㎞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7가구가 살았고 현재도 주민등록상 4가구, 6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실제 거주자는 펜션 관리자 1명뿐이다.
불모도는 자가발전과 태양광발전 등으로 전력을 공급 중이며 식수를 지하수를 이용하고 있다. 양 지사는 담당 부서에 불모도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불모도는 옛날 한 여인이 아들을 낳기 위해 불공을 드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으로 ‘보물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양 지사가 섬을 방문할 때마다 주민들의 건의사항이 쏟아졌다. 지난 22일 당진 대난지도와 서산 고파도에서는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여객선(화물선) 건조 지원 ▶관광객 선박 운임 인하 ▶해안 일주 보행길 설치 등 관광기반을 조성해달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난지도는 당진 도비항에서 불과 10분(4.3㎞) 거리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섬 주민은 행정적 여건, 교통수단, 기반 시설 부족으로 소외감을 느낄 것”이라며 “자연환경을 통한 소득 증대와 관광사업을 통해 주민이 보다 나은 삶을 영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