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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숙 “문 대통령, 일본처럼 집값 폭락하니 집 사지 말라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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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조기숙

조기숙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처럼 우리도 집값이 곧 폭락할 테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했다더라.”

SNS에 부동산정책 실패 강력 비판 #“참모로부터 잘못된 신화 학습 큰일 #진보 경제학자 주장 다 뻥이었다 #집 팔라해도 안 파는 공직자도 충격”

노무현 정부에서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슬기로운 전세생활’)의 일부다. ‘문 대통령, 부동산 인식 정확한지 점검 필요’라는 소제목의 글에서 “지난해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와 부동산에 대해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며 “와, 대통령이 참모로부터 과거 잘못된 신화를 학습했구나, 큰일나겠다 싶었다”고 말하면서다.

특정 경제학자들의 이름을 거론한 조 교수는 “일본처럼 우리도 곧 집값이 폭락한다던 진보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다 뻥”이라며 “도쿄 신도시 건설로 일시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지만, 얼마 후 신도시는 공동화됐고 도쿄 집값은 꾸준히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신도시의 몰락을 수도권 집중이 높은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또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은 전문성 부족에 있다고 믿는다”며 “노무현 정부 때 경험이 있으니 현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 투기 같은 건 발을 붙이지 못할 거라고 믿은 저의 어리석음을 탓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노무현 2기”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조 교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둘 사이의 근본적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무현 정부에선 부동산의 연착륙을 예상했다면 현 정부에선 사실상 일본과 같은 부동산 버블 붕괴까지 상상했다는 것이다.

한편 조 교수는 현 정부 고위 공직자 중 다주택자가 많은 현상도 꼬집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 고위 공직자 중에는 다주택자가 많았던 기억이 없는데 이 정부에는 다주택자가 많아 충격을 받았다”며 “대통령과 국토부 장관이 (집을) 팔라고 해도 팔지 않는 강심장에 놀랐다. 대통령 지지도가 높으니 운동권 세력도 과거 보수 정당처럼 신이 내린 정당이 됐다고 생각하나 보다”라고 했다.

조 교수는 25일에도  “부동산 대책이 (대통령) 임기 3년 동안 스무 번 넘게 나와도 가격이 잡히지 않으면 대책이 잘못된 것 아닌가”라며 “왜 자신들의 대책이 잘못됐다는 반성은 없고 국민들을 투기꾼 취급하며 ‘더 센 정책이 기다리고 있다’고 협박하느냐”고 썼다. ‘갭 투자’ 방지책을 두곤 “전세 끼고 집을 사지 말라니, 당신들처럼 다주택자들이 전세 끼지 않고 집을 산 적 있느냐”며 “정책 결정자들은 책상에 앉아 있지 말고 부동산 중개사에게 전화 한 통화라도 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 내에서도 정책 입안자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당·정·청 회의를 해도 각 의원에게는 3분 동안 말 시키게 하고 들으려는 노력은 전혀 없다”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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