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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틀리고 지금은 맞나"…경전철 두고 박원순-오세훈 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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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 [뉴스1]

서울시의 경전철 사업을 두고 전ㆍ현직 서울시장 사이에 논쟁이 붙었다. 서울시가 지난 22일 ‘서부선 경전철’ 사업이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고 밝힌 직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열린 정책설명회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7명(노웅래ㆍ우상호ㆍ유기홍ㆍ정청래ㆍ김병기ㆍ김영호ㆍ박주민)을 초청, 대대적 홍보에 나섰다. 그러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즉각 “뒷북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2007년에 자신이 발표했던 사업인데 2011년 취임한 박 시장 때문에 오히려 완공 시기가 늦춰졌다는 이유다. 오 전 시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전시성 토목행정이라고 싸잡아 취소하거나 예산을 삭감했다. 이르면 2017년 완공될 수 있었던 사업인데 천문학적 기회비용이 발생했다”고 했다.

롤러코스터 탔던 서울 경전철

서울시는 22일 은평구 새절역(6호선)과 관악구 서울대입구역(2호선)을 잇는 서부선 경전철 사업계획이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는 22일 은평구 새절역(6호선)과 관악구 서울대입구역(2호선)을 잇는 서부선 경전철 사업계획이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사진 서울시]

실제 오 전 시장은 2007년 “2017년까지 서울시에 7개 경전철 노선을 건설하겠다”며 ‘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서부선ㆍ신림선ㆍ목동선ㆍ동북선ㆍ면목선ㆍDMC경전철 등이다. “대중교통이 취약한 곳 가운데 노선의 합리성 등을 중심으로 7개 구간을 선정했다”는 게 당시 서울시 설명이었다. 총연장 62.6㎞로 사업비는 4조8503억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이 계획은 2011년 박원순 시장 취임 직후 제동이 걸렸다. 박 시장은 그해 연말 언론 인터뷰 등에서 “경전철은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가고 운임도 장기적ㆍ항구적으로 서울시 재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꼭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대안적 방법이 없겠나 생각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당시 서울시의회에서도 “토목 사업을 줄이겠다는 건 동의하지만, 시민의 발인 경전철 사업마저 그러는 건 대단한 잘못”(박진형 의원)이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방침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박 시장은 2년 뒤(2013년 7월) 경전철 계획을 재추진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오히려 오 전 시장 때보다 노선(7개→9개), 총연장(62.6㎞→85.4㎞), 사업비(4조8503억원→8조5533억원) 등 규모를 키웠다. 22일 적격성 조사 통과 발표가 난 서부선 경전철은 ‘새절역(은평구)-신촌(서대문구)-여의도(영등포구)-서울대입구(관악구)’를 관통하는 16.15㎞ 규모의 1개 노선이다. 사업비는 1조6191억원가량이 든다.

7년 전과 달라진 경전철 정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중앙포토]

오세훈 전 서울시장 [중앙포토]

2007년 오 전 시장 발표로부터 13년이 지난 경전철이 정치권의 논쟁 소재가 되는 건 그만큼 ‘표심’과 직결되는 탓도 있다. 전철역은 인근 부동산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역민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박 시장 스스로도 2013년 경전철 재추진 계획을 밝히며 “강남이 발전한 것은 결국 지하철을 잘 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2013년 박 시장을 향한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의 비판도 “2014년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펼친 것”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해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도 “(야당 소속인) 박 시장이 정부와의 협의나 국책기관의 적격성 여부 검토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독단적으로 내년 상반기 경전철 착공 계획을 언급했다. 선거를 불과 1년도 안 남기고 사실상 허위 발표를 한 것”(정우택 의원)이란 비판이 나왔다.

박 시장을 향한 야당의 최근 비판은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냐?”로 수렴된다. 통합당 서울시당은 24일 “예산 낭비성 토목사업이라며 축소ㆍ중단시키더니 이름만 살짝 바꿔 새로운 사업으로 재포장하는 박원순 시장의 행태가 위선적”(박용찬 대변인)이라는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경전철 외에 세빛둥둥섬ㆍ한강르네상스ㆍ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모두 박 시장 취임 전후 전시행정의 대명사로 지목돼 어려움을 겪다가 부활했다”고 꼬집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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