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비중 40% 눈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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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올 들어 국내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바이 코리아'열기가 이달 들어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7일 외국인들은 증시에서 2천5백53억원의 순매수(산 금액- 판 금액)를 기록, 전날 올 들어 셋째로 많은 4천42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사흘째 강도 높은 순매수 행진을 이어나갔다.

이로써 외국인들의 누적 순매수도 지난 5월 순매수를 시작한 이래 10조2천1백21억원을 기록해 6개월 만에 10조원을 돌파했다.

◆시가총액 비중 40% 눈앞=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수가 이어지면서 이들의 국내 증시 보유 비중도 40%대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지난 6일 거래소의 시가총액은 3백5조2천3백24억원으로 이 중 외국인 보유 총액은 1백18조9천4백26억원에 달해 외국인 비중이 38.97%까지 치솟은 것이다. 증시에서는 외국인 비중 40%까지는 불과 1%포인트가 남아 연내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비중은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 말 14.59%에서 2001년 말 36.62%까지 급상승한 뒤 지난해 7월에는 34%대로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다시 돌아오면서 외국인들의 주식 보유 비중은 최고치를 경신해 왔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공격적으로 매수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의 이익이 3분기에 늘어난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내년 이후를 보고 선취매(先取買)에 나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만 증시가 복병=대만 증시가 최근 외국인 투자한도를 확대한 것이 향후 국내 증시 투자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만 정부는 올 연말로 예정됐던 외국인 투자한도 확대를 예정보다 앞당겨 지난 2일 실시했다. 이번 조치로 대만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국가별 투자 비중의 기준이 되는 모건스탠리증권의 MSCI 신흥시장 비중에서 대만은 13%에서 22%로 두배가량 늘어나게 돼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MSCI 신흥시장 비중이 20%에서 18%로 줄어든다.

미래에셋증권 안선영 연구원은 "이번 비중 조정으로 대만에는 63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되고, 한국에서는 8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만 증시의 외국인 투자확대를 계기로 전체 아시아 증시가 커져 외국인 투자가 더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원은 "한국에서 팔아 대만으로 이동하기보다는 한국과 대만 증시에서의 매수 강도를 미세조정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며 "최근 추이를 감안할 때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수 열기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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