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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으로 연 2000만원 버는 '주식 부자'에 양도세 물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3년부터 국내 상장주식 거래로 연간 2000만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면 개미투자자라고 해도 양도소득세를 내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는 한 종목에 주식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만 양도소득세를 낸다. 이렇게 될 경우 주식 거래로 양도소득세를 내는 투자자 규모가 현재 약 1만 명에서 30만 명으로 늘어난다. 세금은 2조1000억원 더 걷힌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정부는 대신 증권거래세를 낮추기로 했다.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를 2023년까지 0.1%포인트 인하한다.

금융투자소득 분류과세 도입 

정부는 2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확정했다. 정부는 주식, 파생상품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간주하고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존 종합소득·양도소득·퇴직소득과 별도로 분류해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를 신설한다.

한해 과세기간(1월1일~12월31일) 동안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에서 보는 손익을 모두 합산해 과세한다. 손실은 3년 한도 내에서 이월 가능하다. 2022년 도입한다. 연 기준으로 합산 소득(과표 기준) 3억원까지 20%, 3억원 초과이면 25%의 세금을 부과한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식 양도소득의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그보다 1년 뒤인 2023년부터 금융투자소득에 합산해 과세한다. 소득 전부에 세금을 매기는 건 아니다. 연 2000만원을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에서 공제한다. 해외주식·비상장주식·채권·파생상품의 소득은 하나로 묶어 연 250만원을 공제한다.

이렇게 되면 주식 거래 후 3000만원의 이익이 날 경우 200만원, 6000만원이면 8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2000만원 초과분에 20%를 곱하면 된다. 3억원 초과이면 25%를 매기는데 셈법이 다르다. 3억원 초과분에 25%를 곱하고, 여기에 6000만원을 더하는 식이다. 거래 후 차익이 4억원이라면 8500만원의 세금을 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홍남기 부총리는 “주식 양도소득은 금융투자소득에 포함해 과세하되,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연간 2000만원까지 비과세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 예·적금이나 저축성 보험 등은 금융투자소득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적금 이자 등에 대해선 현재와 마찬가지로 이자소득세가 매겨진다.

증권거래세 2023년까지 0.1%p 인하 

정부는 대신 증권거래세를 낮추기로 했다. 2023년이면 코스피‧코스닥 주식 모두 거래금액에 0.15%의 세율을 적용한다. 차익 규모와 관계없다. 2023년 이후 주식 2000만원 어치를 팔았다면 3만원의 거래세가 부과된다. 정부는 2022년에 증권거래세를 우선 0.02%포인트 낮추고 2023년에는 0.08%포인트 추가로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양도소득세 과세 등을 통해 늘어나는 세수만큼 증권거래세를 낮춘다는 것이다. 정부는 주식 투자자의 상위 5% 수준인 30만명이 세금을 더 내고 나머지 570만명이 세금을 덜 내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번 개편은 불합리한 금융 세제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며 증세는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방안이 확정된 건 아니다. 정부는 향후 공청회 등을 거쳐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달 말 발표할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확정안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안을 확정해도 국회 문턱을 거쳐야 한다. 여당 일각에서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매년 5조원 안팎이 걷히는 증권거래세를 정부가 포기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있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양도소득세를 늘리고 증권거래세를 줄이는 큰 방향은 맞다”며 “다만 2000만원 한도의 공제가 있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 다수의 투자자가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거래세를 아예 폐지하기란 세수 측면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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