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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 원산지 표시 D-6···"주문 몰릴 때 어떡하나" 아우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가족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 등을 주문한 최모(38)씨는 음식을 반도 먹지 못하고 숟가락을 놨다. 평소보다 탕수육에서 심한 냄새가 나서다. 이 업체는 배달 앱 속에 "국내산 돼지고기만 사용한다"고 홍보하던 곳이다. 하지만 최씨가 받은 전단과 영수증, 포장지엔 식자재 원산지가 적혀 있지 않았다.

원산지 표시 없는 영수증. 채혜선 기자

원산지 표시 없는 영수증. 채혜선 기자

7월부터 배달음식 원산지 표시 의무 

다음 달 1일부터 배달 음식에도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지난해 9월 원산지표시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다음 달부터 온라인이나 배달 앱 등을 통해 판매하는 식품도 정확하게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했다. 포장재에 표시하기 어려운 경우 전단이나 스티커, 영수증 등에 원산지를 적어야 하는데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관련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거나 추가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인다. 표시대상 품목은 모두 쌀, 콩, 배추김치 등 농산물 3종과 소, 돼지, 닭 등 축산물 6종, 넙치, 낙지, 명태 등 수산물 15종 등 24종이다.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잘못 표시할 경우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매길 수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원산지 부정 유통을 신고하는 소비자에게 5만~1000만원의 포상금도 지급하는 등 지속해서 단속할 예정이다.

배달 음식 등 주문, 배송 시 원산지 표시 확인 방법.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배달 음식 등 주문, 배송 시 원산지 표시 확인 방법.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프랜차이즈는 지난해부터 대비

원산지 표시 의무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음식점 대응은 각양각색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일찌감치 포장 용기 등에 원산지를 표시하는 방법으로 이미 대응해왔다. 한 유명 치킨 체인점 업체 사장은 "본사에서도 관련 내용을 사전에 고지했고 지난해부터 포장 박스에 '국내산 닭을 사용한다'고 표기하고 있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작은 음식점이다. 배달음식에도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곳이 많았다. 특히 배달 앱을 이용하는 업체가 허술한 경우가 많았다. 성남의 한 곱창 배달업체 관계자는 "배달 앱에 원산지를 표시해 놓은 걸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원산지 표시가 적힌 전단지. 경기도

원산지 표시가 적힌 전단지. 경기도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등 배달 앱은 2015년부터 모든 등록 업체의 메뉴 하단에 원산지를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경기도 등 지자체들은 "배달 앱에 원산지를 등록했다고 해도 배달음식에도 별도로 원산지를 표시해서 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배달 앱에 원산지를 등록했다고 해도 실제 음식에는 다른 원산지 재료를 사용했을 수 있으니 음식을 배달할 때마다 포장재 등에 원산지를 별도로 표시해야 한다"며 "대형 프렌차이즈업체들은 어느 정도 정착이 됐는데 영세업체들은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관련 홍보 활동을 지속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체들은 "일일이 배달하는 음식마다 어떻게 원산지를 표시하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한 수원지역 한식 전문점 관계자는 "기존에 만들어 놓은 배달 전용 전단도 아직 다 사용하지 못했는데 원산지를 표시하기 위해 또 돈을 들여 새로 만들 수도 없다. 배달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영수증에 우리 가게 음식 원산지만 표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어렵다"며 "한가한 시간은 손으로 원산지를 적어서 보낸다고 해도 점심·저녁 시간 등 주문이 몰릴 때는 어쩌라는 것이냐"고 하소연했다.

원산지 표시 위반 처분 기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원산지 표시 위반 처분 기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지자체도 "배달시킨 뒤 단속해야 할 판" 

지자체도 난색을 보이긴 마찬가지다. 실제로 배달을 시킨 뒤 원산지를 표시했는지 확인해야 하는 데다 업체 반발이 거세서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4월 원산지표시 감시원 126명을 활용해 원산지표시 지도·점검 및 홍보·안내 활동을 병행했다.

지난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적발한 원산지 표시 위반 통신·배달 업체는 총 282곳. 이들 중 170곳은 거짓 표시로 검찰에 송치됐고 112곳은 미표시로 377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관련 법 개정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의무화를 7월로 늦춘 것"이라며 "배달 앱을 통한 홍보에 집중하면서 상시 모니터링과 제보 등을 바탕으로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채혜선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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