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한국화가 오태학씨 그림 40년 회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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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산동(山童) 오태학(65.중앙대 명예교수)씨가 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미술관에서 화력 40년을 돌아보는 회고전을 연다.

산동이 196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제작한 작품 가운데 추린 50여점을 선보이는 이 자리는 그에게나 보는 이 모두에게 각별한 감회를 불러일으킨다.

4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돼 화가의 생명이라 할 오른손이 마비된 산동이 그 시련을 이겨내고 마련한 전시회여서다.

왼손으로 그린 근작을 포함해 산동이 내놓은 작품은 대부분 석채(돌가루)를 쓴 채색화다.

수묵과 채색을 함께 쓰던 초기를 지나 1980년대로 들어서며 그는 고대 벽화처럼 깊은 맛을 주는 석채를 화면에 바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호 그대로 설화 속 주인공 같은 사내아이들을 내세운 그림들은 90년작 '소'에서 볼 수 있듯 인류의 원형이 살아있는 아득한 옛날과 오늘의 만남을 이야기한다.

동료 화가 김병종씨가 '특이한 만남'이라고 부른 이 상상력은 그의 꿈을 현실로 가져오는 그림을 타고 보는 이 가슴으로 따듯하게 스며들었다.

미술평론가 서정걸씨는 "산동은 한국의 토속정서를 회화 양식으로 심화시켜온 대표적 작가 중 한 사람"이라며 "현대 한국화의 새로운 양식을 찾기 위한 치열한 모색과 실험"을 평가했다.

이번 전시회가 더욱 뜻깊은 것은 쓰러진 스승을 일으켜 세운 제자들의 헌신 때문이다.

중앙대 한국화과에서 산동에게 배운 강선구.서정태.김진관.김선두.박완용씨 등이 돌아가며 스승을 간호하고 재활의 과정을 지켜 화단에 흐뭇한 미담이 되고 있다. 02-724-6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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