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추미애 갈등, 일단은 소강…‘7월 인사’로 다시 가열?

중앙일보

입력 2020.06.23 15:11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포토·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포토·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날 선 신경전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윤 총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위증 강요 의혹에 대한 추 장관의 지시를 일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7월 예정된 검찰 인사 등을 두고 둘 사이에 다시 충돌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추미애·윤석열, 즉각 충돌은 피했지만

윤 총장과 추 장관은 한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 수사팀의 위증 강요 의혹을 두고 긴장 관계에 놓였었다.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고(故) 한만호씨의 동료 수감자가 낸 진정 건의 조사 방식을 두고서다.

대검찰청 감찰부는 법무부로부터 받은 진정서를 곧바로 윤 총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윤 총장은 대검 인권부 지휘로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서 조사하도록 했다.

이에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감찰부 조사를 공개적으로 주장해 논란이 커졌다. 추 장관 또한 “(윤 총장의) 조치가 옳지 않다”고 강조하며 대검 감찰부가 주요 참고인 조사를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윤 총장은 “대검 감찰과와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이 자료를 공유하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을 앞두고 즉각 충돌 상황은 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청와대가 주재한 제6차 공정사회·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서로 협력하라”고 윤 총장과 추 장관에게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문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문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7월, 검찰 인사 예정…또 윤석열 패싱?

법조계에서는 갈등 구도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섰지만, 곧 다시 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오는 7월 검찰 인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은 앞선 인사 과정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윤 총장은 대검 간부들을 남겨 달라고 의견을 냈지만 ‘패싱’ 됐다. ‘윤석열 라인’으로 알려진 검사들은 대거 한직으로 발령됐다. 추 장관은 이를 “비정상의 정상화”로 표현했다.

7월 인사에서도 형사·공판부 중용 방침은 계속될 예정이다. 특수부 출신 검사들의 비중은 대폭 줄어들고, 일선에 남아있는 윤 총장 측근들 또한 인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윤 총장은 최근 한 자리에서 ‘검찰총장은 인사권이 없어 신경 쓸 일이 없다’는 뼈 있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민원실 앞에서 현재 광주교도소에 수감중인 한모씨를 대리해 변호인이 감찰요청 및 수사의뢰서 제출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민원실 앞에서 현재 광주교도소에 수감중인 한모씨를 대리해 변호인이 감찰요청 및 수사의뢰서 제출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지시, 잡음 계속될 가능성도

한 전 총리 재판 관련 진정 건은 추 장관 지시에 따라 ‘투 트랙’으로 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위증 강요 의혹을 제기한 한모씨가 전날 당시 수사팀에 대한 감찰·수사를 요청한 사건도 대검 감찰부에 배당됐다.

다만 윤 총장이 대검 인권부가 조사를 주도하도록 하는 취지의 지시를 내리면서 향후 잡음이 계속 나올 수도 있다. 자료 공유 및 조사 방식, 수사 개시 등에 있어서 감찰부와 인권부가 이견을 내며 맞부딪힐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추 장관의 지시를 두고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구체적 사건 지휘에 해당된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된다. 지난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불구속 수사하라고 김종빈 전 검찰총장에게 지휘했고, 김 전 총장은 이로 인해 사퇴했다.

법무부 측은 “당시와 지금은 사안 성격상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여전히 “안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23일 “윤 총장이 추 장관 지시를 전면 수용한 것은 아니지만,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 범위에 있어서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특정 개별 사건에 대해 일일이 지시할 수 있는 근거가 될까 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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