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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여친 감염시킨 광주 확진자…"전주여고생과 동선 겹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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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이 21일 전북도청 기자실에서 "익산에 거주하는 20대 여대생 A씨(22)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석대에 다니는 A씨는 전날 광주에서 확진된 남성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자 친구로 밝혀졌다. 김준희 기자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이 21일 전북도청 기자실에서 "익산에 거주하는 20대 여대생 A씨(22)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석대에 다니는 A씨는 전날 광주에서 확진된 남성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자 친구로 밝혀졌다. 김준희 기자

전북 지역 24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1일 발생했다. 도내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여학생 A씨(22)로 전날 광주에서 확진된 20대 남성 B씨와 같은 대학에 다니는 여자 친구로 밝혀졌다. 방역 당국은 A씨를 대전발(發) 2차 감염자로 보고 있다. A씨를 감염시킨 B씨가 확진되기 8일 전 전주여고 3학년 여학생의 감염원으로 지목된 대전 확진자들과 같은 음식점에서 그들과 더 가까이, 더 오랫동안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돼서다.

전북 우석대 20대 여학생 '양성' #전날 확진된 광주 남성 여자 친구 #"광주 확진자, 전주여고 3학년과 #전주 음식점서 일부 동선 겹쳐" #방역 당국 "대전발 2차 감염"

 전북도는 21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 우석대에 다니는 A씨가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익산에 거주하는 A씨는 같은 학교, 같은 학과에 다니는 남자 친구 B씨가 확진되자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전날(20일) 익산시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은 후 이튿날 확진됐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광주 북구에 사는 B씨는 전북 전주와 익산 등에 머물다 지난 18일 인후통 증상을 보여 19일 자택이 있는 광주로 돌아갔다. B씨는 20일 보호자 차를 타고 북구 보건소에서 검사한 후 이튿날 확진됐다. B씨는 광주 지역 33번째 코로나19 확진자로 지난달 29일 러시아에서 입국한 32번 확진자 이후 처음이다. 해외 입국자가 아닌 확진자는 3월 31일 24번 확진자 이후 81일 만이다.

 A씨는 지난 1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우석대 근처 B씨 자취방에서 B씨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9일에는 우석대 강의실에서 B씨 등과 조별 숙제를 하고, 삼례에 있는 카페와 코인노래방·음식점·익산 영등동 카페를 방문한 후 귀가했다. A씨는 20일 두통과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 집에서 쉬다 확진 판정을 받고 전북대병원에 입원했다. A씨와 익산 집에 함께 사는 할머니와 여동생 1명, 사촌 여동생 2명과 A씨와 동선이 겹친 이모와 그 자녀 등 2명에 대해서도 검사가 진행 중이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방역 당국은 전했다.

 앞서 B씨는 지난 12일 전주에서 전북 22번 확진자인 전주여고 3학년 C양(18)과 일부 동선이 겹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은 같은 시간에 전주 신시가지 한 음식점에 머물렀다고 한다. C양은 중간고사 기간 마지막 날인 지난 17일 양성 반응이 나와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C양 가족과 전주여고 전체 학생·교직원, C양이 다니던 미술학원 관계자 등 963명에 대한 전수 검사 결과 모두 음성이 나왔다.

지난 17일 전북 전주여고 3학년 학생이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학교 교문이 외부인에게 폐쇄됐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전북 전주여고 3학년 학생이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학교 교문이 외부인에게 폐쇄됐다. 연합뉴스

 하지만 C양의 감염원이 나오지 않아 방역 당국엔 비상이 걸렸다. 조사 결과 C양이 전주를 방문한 대전 지역 50·55번 확진자의 동선과 겹쳤다. 대전 확진자 2명은 지난 12일 오후 1시 30분부터 6시까지 전주 신시가지 한 건물 6층에서 80여 명이 모인 방문판매설명회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같은 건물 1층 음식점에서 식사했다. C양과 대전 확진자 2명의 동선은 해당 음식점에서 5분간 겹쳐 방역 당국은 이때 C양이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초 대전 확진자 2명은 역학 조사를 받을 당시 전주 방문 이력을 알리지 않았으나, 뒤늦게 대전시 역학조사반이 확인했다.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은 "전북 24번 여대생(A씨)은 대전 기준으로 2차 감염자로 볼 수 있다"며 "전북 22번 여고생(C양)의 경우는 (해당 음식점에서 대전 확진자 2명과) 4m 거리에서 5분가량 있었지만, 광주 33번 확진자(B씨)는 그보다 가까운 2m 안팎에 있었고, 시간도 훨씬 긴 수십 분간 같은 음식점에 있었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공기의 흐름의 도움을 받는다면 2m 이상 거리에서도 감염될 수 있다"며 "해당 음식점이 실내라는 점, 냉방 효율을 높이기 위해 문을 닫아 환기가 안 됐던 점, 대전 확진자들이 음식점 안에서 상당히 큰 소리로 대화했던 점 등이 전파 가능성을 높인 게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전북도는 해당 방문판매설명회에 참석한 도민을 파악하기 위해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아울러 역학조사반에 참석자 명단 일부만 제공한 방문판매설명회 관계자를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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