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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교역 43% 반등했다고? '中에 으르렁' 트럼프 슬픈 현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워도 믿을 건 중국뿐이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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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현재 처지가 이렇지 않을까.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과 가장 많은 교역을 한 나라는 중국이다. 교역량 397억 달러(약 45조 원)다. 3월까지 하락하던 교역량은 한 달 만에 43% 반등했다. 2019년 이후 1~2위를 지키던 멕시코·캐나다는 급전직하 중이다. 반면 중국만 급증한 것이다.

[자료 WSJ·미 상무부]

[자료 WSJ·미 상무부]

코로나19 확산 후 잡아먹을 듯 으르렁대던 미·중이다. 하지만 실제 경제에선 밀착 중이었던 셈이다.

이 생각, 미 행정부도 갖는 듯 보인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17일(현지시간) 하원 조세무역위원회 청문회에서 눈길을 끄는 말을 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모든 정황이 보여주는 건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17일 미국 하원 청문회에 나온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AP=연합뉴스]

17일 미국 하원 청문회에 나온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AP=연합뉴스]

그는 그러면서 “1단계 미·중 무역 합의는 약화되지 않았고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 미 행정부에선 코로나19 확산, 홍콩 보안법 통과의 책임을 중국에 물어 1차 미·중 무역협정을 폐기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런데 대표적 반중 강경파 라이트하이저의 입에서 중국이 무역협정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는 말이 나온 거다.

왜 그런 걸까. 이어지는 그의 말에서 유추해보자.

“중국 정부는 무역협정에 따라 미국 상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구매하겠다는 말을 거듭 확인했다.”

앞으로 중국은 미국 상품을 많이 사야 한다는 뜻이다. 왜 사야 하나.

미국 경제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줄 존재. 중국밖에 없어 보여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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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은 미 경제를 망가뜨렸다. 일자리는 증발하고 있다. 실업률이 13~14%로 치솟았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미 경제가 -6.5% 역성장할 거로 본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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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중국과의 교역은 가뭄 속 단비다. WSJ는 “우울한 무역 상황 속에서 미국에 중국은 유일하게 밝은 지점”이라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세계 무역이 침체된 와중에도 두 나라 교역은 급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제는 정치적 생명선이다. 11월 대선이 코앞이다. 실업률이 높아질수록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 미 대선에서 경제가 무너진 후 재선할 확률은 거의 없다. 미국 경제전문가 제이슨 솅커의 책『코로나 이후의 세계』에 따르면 최근 100년 사이 3명의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했는데, 모두 중간선거 때보다 대선 당시 실업률이 높았다.

트럼프에겐 당장 눈에 보이는 경제지표 변화가 간절하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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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에 치적으로 삼을 부분을 살펴보니 농산품이 눈에 들어왔다. 이를 실현해 줄 존재는 중국이다. 실제로 WSJ에 따르면 최근 몇 달 사이 중국은 미국산 옥수수와 밀, 대두의 수입을 급격히 늘렸다. 지난 4일 기준으로 최근 5주간 미국 대두 수출 지역의 3분의 2가 중국이었다.

[자료 WSJ·미 상무부]

[자료 WSJ·미 상무부]

트럼프로선 중국의 힘을 빌려서라도 자신의 지지층인 농축산업계를 지키려 한다. 마침 무역협정이라는 명분도 있다. WSJ는 “중국이 미국 상품 수입을 늘렸다고는 하지만 당초 협정 목표치의 50% 이하 수준”이라고 전했다. 목표치를 채우라며 중국에 ‘미국 물건을 더 사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거다..

지난 2018년 미·중 외교·안보 수장 공동기자회견에서 발표 중인 양제츠와 폼페이오.[AP=연합뉴스]

지난 2018년 미·중 외교·안보 수장 공동기자회견에서 발표 중인 양제츠와 폼페이오.[AP=연합뉴스]

불과 지난달만 해도 ‘중국 때리기’ 선봉장이던 트럼프. 그가 최근 반(反) 중국 언급을 줄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히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하와이로 보내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회담을 하게 했다. 중국과 관계 개선을 하겠다는 거다.

중국은 어떻게 나올까.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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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미국의 변화를 긍정 평가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양제츠와 폼페이오의 회담 사실을 보도하며 “이번 회담은 건설적 대화였다”고 전했다.

물론 시진핑 국가 주석도 부담은 있다. 회담 와중에 트럼프는 ‘위구르 인권정책법’에 서명하며 뒤통수를 쳤다. 위구르족 탄압에 연관된 중국 관료를 제재하는 법이다. 미국 제품 수입도 고민이다. 채드 바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WSJ에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경제도 어렵다”며 “미국의 목표치를 중국이 맞출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더 급한 건 트럼프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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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에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이미 속내를 들켰다. 17일 공개된 존 볼턴 전 국가 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보면 말이다. 지난해 6월 G20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중국의 경제력이 (대통령) 선거운동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암시하며 시 주석에게 “반드시 승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고 한다. “농업주 표를 위해 농산물 구매를 늘려달라”고도 했단다.

러브콜을 더 적극적으로 보낼 사람. 정해진 듯 보인다. 적어도 올해 11월까지는 말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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