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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원격진료 도입에 앞서 고려해야 할 점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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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691호 31면

정혜승 변호사

정혜승 변호사

코로나19 사태로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워지자 정부는 임시적으로 일부 질환에 대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보통 원격진료가 금지돼 있다고 생각하지만 명시적이지는 않다. 의료법 제34조는 원격 진료 시설과 장비, 의사의 책임에 관한 내용일 뿐 원격 진료의 가부나 위반 시 처벌조항은 없다.

원격진료 명시적 금지돼있지 않아 #편리함보다 안전이 우선 고려돼야

그래서 과거 검찰은 의사가 전화로 환자를 진찰한 사안을 의료법 제17조 제1항(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을 교부하지 못한다) 위반으로 기소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직접 진찰’의 뜻이 반드시 ‘대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전화 진찰도 ‘직접 진찰’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그 후 검찰은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료인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그 의료기관 내에서만 의료업을 하도록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들은 현재 대법원 심리중이며 동 조항 역시 비대면 진료를 정면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어서 논쟁이 예상된다.

원격 진료 시 가장 중요하게 확인해야 하는 것은 ‘그 환자’가 맞는가이다. 대면 진료에서도 환자 혼동 사고가 종종 발생하는데, 비대면 상태에서는 더욱 더 환자 본인을 확인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보험급여를 받는 행위의 방지책도 필요하다. 환자 입장에서는 진료 받으려는 ‘그 의사’가 맞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진료 전 강도 높은 설명도 필요하다. 비대면 진료의 장단점과 대면 진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대한 설명, 의료장비나 통신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즉시 의사에게 고지하여야 한다는 사실, 정보통신망의 장애나 외부 침입 등으로 진료 내용 등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등을 설명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비대면진료를 받겠다는 동의를 해야만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될 수 있다.

‘진찰’에는 각종 방법이 있는데 원격 진료의 경우 주로 ‘문진’으로 이뤄지고 제한적으로 ‘시진’과 ‘청진’이 가능하므로 대면 진료보다 진단이 부정확할 가능성이 높다. 원격 진료에서의 오진 사례는 원격지 의사로 인한 것, 원격지 의사와 대면의사 간 협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 정보통신망이나 기기의 오류로 인한 것으로 나눠 예상해 볼 수 있다. 첫번째 경우는 문진 시 확인해야 하는 사항들, 진료 도중 대면 진료로 전환해야 하는 기준 등을 정립할 필요가 있고, 두번째는 의사 간 협진 사례에 비춰 정보의 전달 및 협력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 세번째에 대비해서는 의사에게 어디까지 점검 의무를 부여할 것인지, 장비의 이상 여부를 환자가 어떻게 알고 의사에게 고지할 수 있게 할 것인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비대면 진료의 경우 환자 측의 협조 의무도 강조돼야 한다. 대면 진료에서도 환자가 상태에 대해 정확히 고지하지 않아 문제 되는 사례가 있는데 원격진료의 경우 그러한 사례가 더욱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격진료를 종료할 때도 비대면 진료의 한계를 다시 한 번 설명하고, 다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반드시 대면진료를 받도록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진료기록을 정확히 작성하고 이 기록을 환자가 열람하고 수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원격진료로 약 처방까지 이루어지는 경우, 처방약의 주문과 수령도 원격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검토해 봐야 한다.

의료분야에서 편리함이나 규제혁신, 산업육성보다 앞서는 가치는 건강과 안전이다. 위 고려사항들 중 일부는 의료법령에 추가되어야 하겠지만, 어떤 것들은 진료의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해결하여 새롭게 발생하는 상황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도 있다.

정혜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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