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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회사가 만든 공구점? 제품 대신 재미를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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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에 있는 시몬스 하드웨어스토어. 시몬스 제공

성수동에 있는 시몬스 하드웨어스토어. 시몬스 제공

분명 침대 매장이라는데 침대와 관련된 건 하나도 없다. 꽃집이었다는 3평 남짓한 공간엔 침대가 들어가기도 버겁다.

대신 매장을 빼곡하게 채운 건 알록달록한 색깔의 안전모, 작업복으로 입으면 딱 좋을 점프수트와 목장갑, 각종 공구와 소화기, 노트·연필·줄자 같은 문구류 등이다. 심지어는 원통형 캔으로 포장된 이천쌀과 색색가지 이태리타월까지 한 켠을 차지한다. ‘주종목’이 뭔지 알 수는 없지만 ‘굿즈’라 통칭되는 것들이다.

이곳은 지난 4월 시몬스침대가 브랜드 150주년을 맞아 성수동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 ‘시몬스 하드웨어스토어’다. 젊은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춰 호기심 끄는 철물점 컨셉으로 재미와 경험을 판매한다.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무더위 아래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던 팝업스토어의 누적 방문객은 2달만에 1만 명을 넘어섰고, 인스타그램엔 ‘굿즈 맛집’, ‘핫플’이라며 인증샷이 수천 건 줄을 이었다. 지난 8일엔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웨스트(WEST) 3층에 두번째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시몬스 하드웨어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굿즈. 시몬스 제공

시몬스 하드웨어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굿즈. 시몬스 제공

시몬스가 ‘침대 없는 침대 매장’을 연 건 이른바 ‘노마드 컨슈머(nomand consummer)’와의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꾼 우리의 일상은 아마존·쿠팡 등 온라인 유통 플랫폼의 주도권을 더욱 키웠고, 소비자들은 클린 한 번으로 다채로운 유통 채널을 옮겨다닐 수 있게 됐다. 오프라인 매장엔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이 절실해진 셈이다. 강렬한 콘텐트, 색다른 체험, 흥미와 재미가 그것이다.

그래서 ‘시몬스 하드웨어스토어’는 홍보용 매장이지만 제품을 직접 홍보하지 않는다. 매트리스의 우수성과 브랜드의 역사를 구구절절 설명하기 보다 재미를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키우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공을 들였다. 다만 배송기사들이 썼다는 안전모와 1950년대 시몬스 광고 사진이 프린트된 틴 케이스 등으로 은근하게 ‘홍보’할뿐이다.

소비자가 자주 반복적으로 구입하지 않는 침대라는 제품의 특성상 이같은 팝업스토어 운영이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당장은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인식과 좋은 느낌이 생긴다면, 침대를 구입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이름을 떠올릴 수 있다.

실제 고급 소재를 사용하는 프리미엄 침매 판매에 주력해 온 시몬스는 젊은이들 사이에 ‘궁금하고 재미있는 브랜드’, ‘쿨한 브랜드’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시몬스 하드웨어스토어는 7월부터 경기도 이천의 분화복합공간 ‘시몬스 테라스’로 자리를 옮긴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소셜라이징’을 이어가는 의미에서 이천의 특성을 살린 아이템도 더 선보일 예정이다. 성수동의 하드웨어스토어는 이달 28일까지, 갤러리아 백화점은 21일까지 운영한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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