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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피플] 감 떨어진 워런 버핏, 1분기에만 60조원 순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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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워런 버핏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최근 투자 성적표가 초라하다. [로이터=연합뉴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최근 투자 성적표가 초라하다. [로이터=연합뉴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세계적 투자 귀재 워런 버핏(89)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투자 성적표가 말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의 변동성 탓만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버핏 회장의 투자에 대해 물음표가 붙었다. 지난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9%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했던 주식들의 상승률은 11%에 그쳤다. S&P 500지수 대비 버크셔 해서웨이의 수익률이 이렇게 큰 폭으로 벌어진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수익률은 S&P 상승폭 밑돌고 #손절매한 주식은 이후 급반등 #장기 가치투자에 대한 의문 나와

올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올해 1분기 버크셔 해서웨이는 497억 달러(약 60조335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버핏은 코로나19 확산 후 미국 항공사 주식을 전량 손절매했는데, 이후 해당 주식은 되려 급등했다. “버핏이 이번 반등세를 완전히 놓쳐버린 게 아닌가”(금융기업 에드워드 존스의 제임스 섀너핸 애널리스트)라는 걱정에서부터 “멍청한 늙은이”(스포츠 도박 사이트 바스툴스포츠의 설립자 데이비드 포트노이)라는 조롱까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핏이 마법의 터치를 잃어버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눈 한 번 깜빡하는 사이에 요동을 치는 최근 주식시장에서 그의 투자 방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장기적 가치투자를 강조해온 버핏의 투자 방식을 두고도 “시간을 들여 수익을 내는 것도 좋지만 적시에 내야 한다”는 지적도 FT는 덧붙였다.

이미 드러난 투자 실패보다 더 우려스러운 건 버핏이 투자를 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뭘 투자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코로나19 이후 주목할만한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발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버핏의 신중함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당시 버핏은 반등을 자신하며 골드만삭스와 제너럴일렉트릭(GE) 등에 과감히 투자했다. 케네스 피셔 피셔인베트스먼트 회장은 “버핏이 감을 잃었다는 건 아니지만, 그 정도 나이의 인물은 위기에 처하면 움직이려 들지 않는다”고 에둘러 말했다.

버핏의 현재 투자 포트폴리오에도 허점이 있다. FT는 “기술주는 적고 은행 등 금융주는 많은 게 버핏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버핏의 포트폴리오에서 톱10인 기업 중 기술주는 애플이 유일하다. 애플이 그나마 투자 평가액이 높지만 나머지 9개 기업 중 7개는 뱅크오브아메리카(2위) 등 금융 관련 업종이다. 아마존 등 우량주는 상대적으로 소액투자만 했다. 버핏 자신이 이미 아마존에 대해선 “놓친 것을 후회한다”고 말한 바 있다.

회의론이 나오고 있으나 그래도 그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단정 짓는 건 이르다. FT는 “장기 투자를 중시해온 버핏의 전략이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 열매를 맺을 수도 있다”고 적었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발생한다면 또다시 증시가 폭락할 것이고, 몸을 웅크리고 있던 버핏에게 악재가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가드너 루소 & 가드너 투자사의 임원인 토마스 루소는 “여기까지 (투자를 안 하고) 왔다면 버핏이 쌓아놓은 1370억 달러의 현금은 신중하게 쓰는 게 장기전에선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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