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총기 없이 국경 육탄전, 인도 군인만 20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2020.06.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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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인도군 이 17일 차량을 타고 가강기르 지역의 스리나가-라다크 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앞서 15일 라다크의 갈완 계곡에서 인도군과 중국군이 충돌해 인도군 최소 20여명이 사망했다. [AP=연합뉴스]

인도군 이 17일 차량을 타고 가강기르 지역의 스리나가-라다크 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앞서 15일 라다크의 갈완 계곡에서 인도군과 중국군이 충돌해 인도군 최소 20여명이 사망했다. [AP=연합뉴스]

세계 1, 2위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가 히말라야 접경지에서 무력 충돌해 인도군 사망자가 최소 20여명 발생했다. 중국군 사상자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양국은 수십 년간 국경 분쟁을 벌여 왔으나 군사 충돌로 사망자가 발생한 건 1975년 이후 45년 만이다.

히말라야 접경지서 무력 충돌
강·호수·설원에 그어진 국경선
영역 불분명해 양국 수십년 갈등

16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양국 군대는 15일 라다크 갈완계곡에서 서로에게 주먹질하고 돌을 던지며 격렬한 난투극을 벌였다. 확전을 막기 위해 국경 지역에선 총기를 소지하지 않아 총격은 없었다고 한다. 두 나라의 오랜 영토 분쟁이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시대를 맞아 더욱 악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인도는 3440㎞가 넘는 길고 불명확한 국경선 탓에 오랜 기간 마찰을 빚어왔다. 양국은 62년 약 한 달간 전쟁까지 벌였으나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한 채 실질 통제선(LAC)을 설정했다. 하지만 강과 호수·설원 등으로 이뤄진 지리적 특성 탓에 국경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워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김찬완 한국외대 인도연구소장은 “실질 통제선이 불명확하다 보니 양국 국경 순찰대가 순찰하다가 종종 부딪히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번 무력 충돌도 갈완계곡 인근 산등성이에서 양국 군대가 마주치면서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국경 분쟁에 미·중 신냉전 구도가 더해져 중·인도 갈등이 더욱 심화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인도의 숙적인 파키스탄에 일대일로(一带一路·해양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중국 신장에서 파키스탄 과다르항까지 3000㎞ 구간에 도로·철도·송유관 등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은 또 방글라데시·스리랑카 같은 인도 주변국에 항구를 건설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인도를 소외시켰다.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섰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최근 “중국의 공격적 영향력 확대 전략이 인도를 미국에 더욱 가까워지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전략에서 인도를 핵심 국가로 삼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두 나라 사이는 더욱 나빠졌다. 인도 변호사단체는 지난 4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국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인도의 상황과 미·중 관계를 고려할 때 이번 사태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마이클 쿠겔만 아시아프로그램 부국장은 “(핵보유국인) 양국은 무력 충돌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전쟁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양국이 마법처럼 긴장을 완화하긴 어렵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6일 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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