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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남북 관계 개선’의 상징 폭파한 북한…추가 도발 철저 대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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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이 어제 오후 개성공단 지역에 있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지 사흘 만이다.

연락사무소 폭파 당시 폭발음이 우리 전방 지역에까지 들렸고,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부터 관측 장비로 북한 측의 연락사무소 폭파 준비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었다고 한다. 공동연락사무소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남북 관계 개선의 상징물이다. 2018년 1차 남북 정상회담에 따라 기존의 남북교류협력사무소 건물을 증축해 그해 9월 개소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거부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해제되지 않자 북한은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빌미로 지난 9일 연락사무소의 통신을 끊었다.

북한이 현 문재인 정권과의 관계 개선 상징인 공동연락사무소를 예상보다 빨리 파괴함에 따라 남북관계는 급속하게 냉각될 조짐이다. 연락사무소 폭파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남북 관계 개선에 더는 연연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강한 의사 표명이다. 김 부부장이 예고한 것처럼 개성공단 폐지, 금강산 관광 시설 폐기 등 추가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언급한 ‘비무장화 지대의 군대 진출’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크다. 개성공단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시범 철수한 비무장지대(DMZ) 내의 전방초소(GP) 등의 군사적 복원이다. 북한군은 남한에 ‘삐라’도 뿌리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우리와 전면적인 대결 국면으로 가겠다는 얘기다. 앞으로 북한군에 의한 지역적 대남 도발도 배제할 수 없다. 연평도 포격과 같은 도발이나 잠수함용 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으로 긴장 국면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북한의 도발적 행동은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다. 그러나 도발로 대북 제재와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북한의 어려운 경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지난 2년여 동안 국제사회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상도 추락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지만, 실제 이를 조금이라도 활용할 조짐을 보인다면 스스로의 파멸과 국제적 응징을 면할 수 없다.

북한은 무엇보다 협박과 남북 관계 단절, 무력 사용 등을 통한 난관 돌파는 원천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 스스로 더욱 깊은 쇠퇴의 수렁에 빠질 뿐이다. 북한은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북한의 예상되는 파괴적 행위에 정부와 군 당국의 대응은 가장 중요하다. 대화의 끈은 놓지 않더라도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예상되는 모든 도발의 경우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