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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친일파 이해승·임선준 22억원대 토지 환수소송 제기

중앙일보

입력

광복회가 지난 2010년 12월 23일 집회를 열고 조선왕족 이해승의 친일재산 국가환수 패소 판결에 항의하는 모습. [연합뉴스]

광복회가 지난 2010년 12월 23일 집회를 열고 조선왕족 이해승의 친일재산 국가환수 패소 판결에 항의하는 모습. [연합뉴스]

친일파로 알려진 이해승(1890∼1958년)과 임선준(1860∼1919년)의 후손이 물려받은 토지를 환수하기 위해 정부가 소송에 들어갔다.

법무부는 이해승과 임선준의 후손을 상대로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토지 등 15필지의 소유권을 국가로 이전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의정부지법과 수원지법 여주지원에 제기했다고 16일 밝혔다. 대상 토지는 면적 2만1612㎡, 토지 가액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22억4093만원이다.

광복회는 지난해 10월 이해승 등 친일파 6명의 후손과 제3자가 소유한 친일재산 80필지(면적 16만7142㎡·공시지가 180억원)를 국가에 귀속해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법무부는 이들 가운데 친일행위 대가성 등 국가귀속 요건이 인정되는 땅 15필지를 확인해 이달 8∼10일 법원으로부터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법무부는 나머지 토지들에 대해서도 추가로 증거를 확보해 국가귀속 대상으로 판단되면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해승은 철종의 아버지 전계대원군의 5대손으로 일제로부터 조선 귀족 중 최고 지위인 후작 작위와 은사 공채 16만2000원을 받았다. 자발적 황국신민화 운동을 벌이고자 결성된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으로 활동했다. 임선준은 자작 작위와 은사 공채 5만원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07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됐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은 국권침탈이 시작된 러일전쟁 개전 시기(1904년 2월)부터 1945년 8월 사이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한 재산을 국가에 귀속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로부터 친일재산 국가귀속 업무를 넘겨받은 2010년 7월 이후 국가소송 17건 중 16건을 승소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6월 국가가 이해승의 후손을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의 항소심에서 물려받은 토지 중 1필지만 국가에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이 땅은 국가가 청구한 토지 138필지 중 한 곳으로, 면적이 4㎡에 불과해 친일파 재산 환수 의미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광복회가 당시 소송 건과 별개로 추가로 의정부 지역에 이해승 후손 소유 13필지를 찾아내 가처분 결정이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친일파 후손의 재산까지 국가가 개입해 소송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기수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세)는 “친일파 후손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부모의 죄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정부의 소송은 국가와 개인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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