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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단골 트윗 "Law & Order"…30년 장수 드라마에 불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Law & Order!(법질서)"

요즘 '폭풍 트윗'을 날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젯밤(현지시간 15일) 마지막으로 남긴 트윗이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흑인차별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수시로 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다른 설명없이 '법과 질서!' 거의 매일 트윗 #64% "경찰예산 삭감 반대"…보수여론 겨냥 #동명의 드라마 'Law & Order' 폐지 주장도

다른 설명도 없이 이 한 마디만 올린다. 그러다 보니 '사과보다는 정면 대응을 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위대를 달래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자극하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의 'Law & Order 재선 전략'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트럼프 행보를 'Law & Order 재선 전략'이라고 불렀다. '분열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그의 주 지지층인 백인 표심을 자극하려는 도박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 장군의 이름을 딴 군사기지의 명칭을 바꾸는 움직임에 반대하고, 버펄로에서 집회를 하다 다친 75세 노인이 가짜로 넘어진 거라고 도발한 것도 다 같은 맥락의 전략이라는 이야기다.

트럼프의 이 짧은 메시지에는 조롱도 많이 달렸다. 하지만 올린 지 10시간 만에 다른 트윗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21만1500개의 '좋아요'가 붙었다. 리트윗은 4만7500번이나 됐다.

여론조사 결과도 트럼프가 믿는 구석이란 분석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ABC-입소스가 전국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역의 경찰 예산을 줄이면 그 예산이 지역민의 정신 건강이나 주택, 교육 관련 프로그램에 쓰일 수 있고, 대신 경찰 수는 줄 수 있습니다. 이에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

예산 삭감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64%. 찬성은 34%에 그쳤다. 더이상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다수의 시민들 마음을 잡겠다는 게 트럼프의 전략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30년 전통 드라마로 불똥 튄 "Law & Order" 

'Law & order:SVU'는 뉴욕 경찰의 활약을 담은 미국의 장수 드라마다. 국내에서는 '성범죄전담반', '특수수사대 SVU' 등의 이름으로 방영됐다. 마리스카 하지테이가 주인공인 올리비아 벤슨 역을 맡았다. [NBC 홈페이지]

'Law & order:SVU'는 뉴욕 경찰의 활약을 담은 미국의 장수 드라마다. 국내에서는 '성범죄전담반', '특수수사대 SVU' 등의 이름으로 방영됐다. 마리스카 하지테이가 주인공인 올리비아 벤슨 역을 맡았다. [NBC 홈페이지]

트럼프의 이런 'Law & Order 재선 전략'이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 바로 동명의 미국 드라마 'Law & Order'다.

뉴욕 시경찰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1990년부터 NBC에서 방영돼 무려 20개의 시즌까지 이어간 최장수 드라마다. 지금은 성범죄전담반을 다룬 스핀오프 시리즈 'Law & Order:SVU'가 방송되고 있는데, 제목 자체가 대통령의 트윗에 자주 언급되다 보니 출연진과 제작진도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실제 미국 일부 매체에선 "경찰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경찰 관련) 프로그램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Law & Order:SVU'에서 주인공 경찰 역을 맡고 있는 마리스카 하지테이가 직접 나섰다. 지난 3일 "Law & Order!(법과 질서!)"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남긴 트윗을 직접 인용한 뒤 이렇게 맞받아쳤다.

“You mean tyranny and racism!(독재와 인종차별을 이야기하는 거겠지!)”  

제작진도 발 빠르게 나섰다. 이 드라마의 작가 워런 라이트는 지난 5일(현지 시간) USA 투데이에 앞으로 플로이드의 죽음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쓸 예정이라고 했다. 라이트는 "그동안 문제 있는 경찰이 드라마 중심에 있으면서 폭력이 미화된 적이 많았다"며 "(이번 사건이)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필규 기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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