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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시상식, 코로나로 40년만에 연기…비대면 시상 이뤄지나

중앙일보

입력

봉준호 감독이 지난 2월 오스카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이 지난 2월 오스카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화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 중 하나인 오스카(아카데미) 시상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연기됐다. 93회째를 맞는 오스카가 연기된 건 40년만의 일로, 역대 4번째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와 ABC 텔레비전 네트워크는 15일(현지시간) “내년 시상식을 예정보다 8주 뒤인 4월 25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연기 사유로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영화산업에 미친 영향”을 꼽았다. 시상식 후보 지명은 3월 15일, 후보자 오찬은 4월 15일로 각각 연기됐다.

시상식이 미뤄지며 출품작 자격 심사 기한도 내년 2월 28일로 늘어났다. 올해 12월에 문을 열기로 했던 아카데미 영화박물관은 내년 4월 30일 개관하기로 했다.

데이비드 루빈 아카데미 회장과 돈 허드슨 최고경영자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 “영화 제작자들이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일로 불이익을 받지 않고 영화를 완성ㆍ개봉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번 결정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캐리 버크 ABC 엔터테인먼트 회장도 “올해 우리는 미지의 영역에 있다”면서도 “다음 시상식이 안전하게 즐겁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력사들과 계속 협조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상식 날짜는 확정된 것이 아니고,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얼마든지 변동될 수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AMPAS 임원들은 비대면 시상식을 진행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AMPAS이 3월 중순 이후 영화 제작과 상영 등 영화 산업이 거의 중단된 현실에 대처할 방안을 찾으려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극장이 줄줄이 폐쇄되고 영화 개봉이 뒤로 밀리는 등 칸 영화제까지 취소되기에 이르자 AMPAS는 올해에 한해 영화관에서 상영하지 않은 영화도 출품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기로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이전에도 세 차례 연기됐지만, 1년도 전에 연기가 결정된 경우는 없었다. 1938년엔 로스앤젤레스 지역 대홍수로 1주일이 연기됐고, 1968년에는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박사가 암살당해 이틀이 미뤄졌다. 1981년엔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이 워싱턴DC에서 피살당하는 바람에 24시간이 연기됐다. 연기 결정은 생방송 4시간 전에 결정됐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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